신나는 액션 영화를 봤는데 이상하게 마음 한구석이 묵직하게 가라앉는, 그런 경험이었습니다. 2015년 개봉한 최동훈 감독의 영화 은 1933년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임시정부가 계획한 친일파 암살 작전을 케이퍼 무비 형식으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오락 영화와 역사 드라마 사이 어딘가에 있는 이 영화가, 왜 1,270만 관객을 모았는지 직접 보고 나서야 납득이 됐습니다.케이퍼 무비 문법으로 독립운동을 그리다솔직히 처음엔 기대 반 걱정 반이었습니다. 로 유쾌한 케이퍼 무비를 만들었던 감독이 독립운동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어떻게 다룰지 가늠이 안 됐거든요. 케이퍼 무비란 한 팀이 정교한 작전을 짜서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을 중심에 놓는 장르입니다. 쉽게 말해 같은 구조인데, 여기서는 금고를 터는 대신 친일파와 일..
역사 교과서에서 광주를 배울 때, 저는 그 날들이 얼마나 가깝고 실제적인 이야기인지 실감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2017년 여름, 극장 문을 열고 들어서면서 그 무게가 처음으로 피부에 닿았습니다.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 광주의 진실을 카메라에 담아 세계에 알린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와, 그를 광주까지 태워다 준 택시기사 김사복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입니다. 평범한 소시민의 눈으로 바라본 광주일반적으로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작품은 처음부터 무겁고 비장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제가 직접 극장에서 확인해 보니 전혀 달랐습니다. 영화는 조용필의 단발머리를 흥얼거리며 서울 시내를 달리는 택시기사 만섭의 경쾌한 일상으로 문을 엽니다. 아내를 먼저 떠나보내고 열한 살 딸 은정을 홀로 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