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러 가면서 별 기대가 없었습니다. 주변에서 너무 많이 이야기해서 반쯤 의무감으로 극장에 앉았거든요. 그런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쯤, 저는 애니메이션으로도 감동을 줄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2017년작 , 처음 보는 사람을 이렇게까지 그리워하게 만드는 영화가 있다는 걸 그날 처음 알았습니다.줄거리와 시간차 반전 — 혜성이 재앙이 되는 순간이야기는 천 년 만에 지구에 가까워진다는 혜성이 화제가 된 일본에서 시작합니다. 깊은 산골 마을 이토모리에 사는 여고생 미츠하는 신사 집안의 낡은 풍습과 좁은 마을의 시선에 지쳐, 다음 생에는 도쿄의 잘생긴 남자로 태어나게 해달라고 외칩니다. 그런데 정말로 어느 날 아침, 미츠하는 도쿄에 사는 남고생 타키의 몸으로 눈..
인도 영화는 갑자기 춤추고 노래하는 장면이 등장한다는 선입견 때문에 세 얼간이도 몇 년째 목록에만 올려두고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친구의 강력한 추천에 못 이겨 겨우 틀었다가, 세 시간 가까운 러닝타임이 끝났을 때 저는 왜 이제야 봤을까 후회하며 입으로 알 이즈 웰을 중얼거리고 있었습니다. 이 영화가 성적과 경쟁에 지친 사람에게 왜 특효약인지, 제가 직접 느낀 이유를 정리해 보겠습니다.줄거리와 명장면 — 웃음과 눈물이 교차하는 순간들2009년 인도에서 개봉해 당시 역대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운 라지쿠마르 히라니 감독의 세 얼간이는 우리나라에 2011년 8월에 정식 개봉했습니다. 영화는 사진작가 파르한이 비행기 안에서 갑자기 쓰러진 척 연기까지 해가며 내리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졸업 후 연락이 끊긴..
나홍진 감독이 '곡성' 이후 오랜 시간 공들여 내놓은 신작 '호프'는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을 중심으로 한 화려한 캐스팅과 칸 영화제에서 먼저 공개된 작품이라는 점만으로도 개봉 전부터 엄청난 기대를 모은 SF 크리처 액션 영화입니다.황소의 상처로 시작되는 이야기, 괴물을 감춘 연출의 힘영화의 배경은 1980년대로 보이는 시절, 휴전선 비무장지대 근처의 작은 항구 마을 호포항입니다. 이곳 경찰 출장소장 고범석은 육촌 동생 고성기 일행의 신고를 받고 시골길 한복판에 쓰러져 있는 황소를 확인하러 출동하는데, 소의 몸에는 거대한 짐승이 할퀸 듯한 커다란 상처가 남아 있습니다. 곰이라기엔 상처가 너무 크고, 일행 중 누군가는 북쪽에서 가끔 호랑이가 내려온다더라는 동네 어르신의 말을 꺼내며 호랑이 소행이 아니냐고..
2014년 개봉한 '루시'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영화입니다. 상영시간은 1시간 30분으로 비교적 짧은 편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개봉 당시 극장에서 봤습니다. 예고편을 보고 꽤 기대를 하고 갔었는데, 기대만큼 뛰어나게 재밌다는 느낌은 크게 없었습니다.최민식과 스칼렛 요한슨, 그 조합이 신기했던 시절제가 '루시'를 극장에서 찾아본 이유는 사실 스토리보다 캐스팅 때문이었습니다. 최민식이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하여 스칼렛 요한슨과 함께 나온다는 소식 자체가 신기하게 느껴졌던 시기였습니다. 지금처럼 K-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자리 잡기 전이었기 때문에, 한국 배우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주요 배역을 맡았다는 사실만으로도 극장을 찾을 이유가 됐습니다.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라는 점, 상영시간이 1시간 30분으로 짧다..
디즈니 픽사의 엘리멘탈은 2023년 개봉 당시 북미 박스오피스 오프닝 성적이 픽사 역대 최저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솔직히 저도 처음엔 큰 기대 없이 봤습니다. 짝사랑하던 사람이 "저랑 비슷한 캐릭터가 나온다"고 해서 대화거리나 만들어보려고 극장 좌석을 예매했던 게 전부였으니까요. 그런데 막상 보고 나서는 예상보다 훨씬 긴 여운이 남았습니다.줄거리 — 불과 물이 만나는 세계관의 설계일반적으로 픽사 영화는 세계관 설정 자체가 이미 절반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엘리멘탈은 그 공식을 꽤 충실하게 따릅니다. 불, 물, 공기, 흙이라는 네 가지 원소가 각자의 구역에서 살아가는 엘리먼트 시티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쉽게 말해 같은 공간 안에서도 구역이 분리된 현실 도시의 메타포입니다. 주인공 앰버는 ..
토르 러브앤 썬더 이후로 마블 영화를 사실상 끊다시피 했습니다. 그러다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개봉 소식을 듣고는 고민 없이 영화관으로 향했습니다. 피터 파커라는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그만큼 깊었던 것 같습니다. 막상 보고 나니, 단순한 히어로 액션물이 아니라 꽤 묵직한 감정을 건드리는 영화였습니다.톰 홀랜드의 웹스윙, 대역 없이 가능했던 이유톰 홀랜드가 기계체조를 했었다는 사실은 꽤 알려진 편입니다. 이 경력 덕분에 그는 웹스윙 장면 일부를 대역 없이 직접 소화했는데, 제가 유튜브 쇼츠를 내려 보다가 해당 영상을 우연히 발견하고는 꽤 오래 멈춰서 다시 봤던 기억이 납니다.웹스윙(web-swinging)이란 스파이더맨이 거미줄을 이용해 건물 사이를 가르며 이동하는 대표적인 액션 연출 방식입니다. 브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