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말을 알면서도 손에 땀을 쥐는 영화가 있을 수 있을까요? 역사 영화는 이미 답이 정해진 시험지와 같다고 느껴왔는데, 서울의 봄은 그 전제를 정면으로 깨버렸습니다. 2023년 극장에서 한 번, 그리고 최근 OTT에서 한 번 더 봤는데, 두 번째에도 장면 장면이 답답하고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팩트: 12·12 군사반란과 영화가 재현한 역사적 사실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발생한 12·12 군사반란을 소재로 합니다. 당시 전두환을 모델로 한 전두광(황정민)이 이끄는 하나회, 즉 육군사관학교 출신 장교들이 만든 사조직이 이 반란의 핵심이었습니다.영화가 다루는 시간대는 단 하룻밤입니다. 9시간이라는 극히 짧은 시간 안에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과정을 압축적으로 담아냈습니다. 실제로 그날 밤 수..
라이언 레이놀즈 영화를 찾다 보면 자연스럽게 마주치는 작품이 있습니다. 바로 2017년 개봉한 킬러의 보디가드입니다. 데드풀을 보고 나서 비슷한 결의 영화를 찾아봤는데, 극장에서 봤던 기억이 남아 있던 이 작품을 다시 꺼내 봤습니다. 일반적으로 버디 무비는 두 주인공의 호흡만으로 끌고 간다고 알려져 있는데, 제가 직접 봤을 때 그 말이 딱 들어맞는 케이스였습니다.버디 무비 공식, 이 영화는 어디서 왔나킬러의 보디가드는 버디 무비 장르의 전형적인 구조를 따릅니다. 여기서 버디 무비란 성격이 정반대인 두 인물이 억지로 한 팀이 되어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갈등과 유대를 함께 쌓아가는 방식의 장르를 의미합니다. 1980~90년대 리썰 웨폰 시리즈나 48시간 같은 작품이 이 공식을 정착시켰고, 킬러의 보..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오히려 더 헷갈렸던 경험, 저는 메멘토를 보면서 처음 느꼈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2000년작 메멘토는 시간 순서를 완전히 뒤집어 이야기를 전개하는 역행 서사 구조를 택한 작품입니다. 인셉션을 먼저 보고 나서 찾아본 작품인데, 영화 때문에 해석 영상까지 찾아봤던 건 처음이었습니다.역행 구조, 처음엔 당황스럽고 나중엔 소름 돋는메멘토의 서사 방식을 처음 마주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영화는 역행 서사 구조로 전개됩니다. 여기서 역행 서사란, 이야기의 결말 장면부터 시작해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며 원인을 하나씩 보여주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관객은 매 장면마다 "방금 전 상황"을 나중에야 알게 됩니다.제가 직접 봤을 때,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은 흐름을 그냥 따..
고등학생 때 처음 인셉션을 봤을 때, 꿈속의 꿈에 침입한다는 발상 자체가 너무 낯설어 집에 돌아오는 내내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지"라는 생각만 맴돌았습니다. 그 이후로 총 6번을 봤고, 지금도 인생 영화 목록에서 빠지지 않습니다.꿈의 구조 — 이 설정을 어떻게 생각해냈을까인셉션의 핵심은 드림 레이어, 즉 꿈이 층층이 겹쳐 있는 구조입니다. 쉽게 말해, 꿈속에서 다시 잠들면 또 다른 꿈이 펼쳐지고, 그 안에서 또 잠들면 더 깊은 꿈으로 내려가는 방식입니다. 영화는 이 구조를 최대 3단계까지 활용하며, 각 레이어마다 시간이 흐르는 속도가 다릅니다.여기서 핵심 개념이 킥(Kick)입니다. 킥이란 꿈속에서 강한 물리적 충격이나 낙하 감각을 통해 잠든 사람을 상위 레이어로 깨어나게 만드는 장치를 말합니다..
사랑 이야기를 중심으로 음악이 장면 하나하나에 녹아드는 방식이 이전에 제가 경험한 뮤지컬 영화와는 결이 달랐습니다. 결말에 대한 호불호가 강한 작품이지만, 저는 오히려 그 결말 때문에 이 영화를 더 오래 기억하고 있습니다.뮤지컬 영화에 대한 편견, 라라랜드가 깬 것들일반적으로 뮤지컬 영화는 서사보다 공연에 가깝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제 경우도 그렇게 생각했고, 실제로 몇 편을 보다 중간에 그만둔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라라랜드는 달랐습니다. 라라랜드의 연출 방식은 다이어제틱 사운드(diegetic sound)와 넌다이어제틱 사운드(non-diegetic sound)를 교묘하게 교차시킵니다. 다이어제틱 사운드란 영화 속 인물들도 들을 수 있는 현실의 소리를 의미하고, 넌다이어제틱 사운드란 관객에게만 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