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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이야기를 중심으로 음악이 장면 하나하나에 녹아드는 방식이 이전에 제가 경험한 뮤지컬 영화와는 결이 달랐습니다. 결말에 대한 호불호가 강한 작품이지만, 저는 오히려 그 결말 때문에 이 영화를 더 오래 기억하고 있습니다.
뮤지컬 영화에 대한 편견, 라라랜드가 깬 것들
일반적으로 뮤지컬 영화는 서사보다 공연에 가깝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제 경우도 그렇게 생각했고, 실제로 몇 편을 보다 중간에 그만둔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라라랜드는 달랐습니다.
라라랜드의 연출 방식은 다이어제틱 사운드(diegetic sound)와 넌다이어제틱 사운드(non-diegetic sound)를 교묘하게 교차시킵니다. 다이어제틱 사운드란 영화 속 인물들도 들을 수 있는 현실의 소리를 의미하고, 넌다이어제틱 사운드란 관객에게만 들리는 배경음악을 뜻합니다. 라라랜드는 이 두 층위를 자연스럽게 넘나들면서 음악이 이야기에서 갑작스럽게 튀어나오는 느낌을 최소화했습니다. 제가 직접 영화를 보면서 느낀 건, 음악이 시작되는 시점을 눈치채지 못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만큼 전환이 유려했습니다.
특히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 구두 소리가 울리며 시작되는 장면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 물리적인 소리에서 감정이 열리는 방식이 영리했고, 저는 그 장면에서 사랑이 시작되는 감정을 대리로 느꼈습니다. 뮤지컬이라서가 아니라, 연출이 좋아서 그랬습니다. 이 차이가 라라랜드를 다른 뮤지컬 영화와 구분 짓는 지점입니다.
라라랜드는 2016년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았고, 같은 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촬영상을 포함해 6개 부문을 수상했습니다(출처: 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and Sciences). 수상 이력만 놓고 보면 "명작"이라는 수식어가 당연해 보이지만, 저는 그전까지 이 영화를 보지 않았습니다. 뮤지컬 영화라는 장르 편견 때문이었죠.
결말 분석 — 비극인가, 완성인가
주변 지인들이 라라랜드를 보고 가장 많이 한 말이 "결말이 너무 허무하다"였습니다. 저는 그 말을 듣고 오히려 의아했습니다. 제 경험상 이 영화의 결말은 허무함이 아니라 완성의 느낌에 가까웠거든요.
라라랜드의 마지막 시퀀스는 카운터팩추얼 내러티브(counterfactual narrative) 기법을 사용합니다. 카운터팩추얼 내러티브란 "만약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떠했을까"를 시각적으로 펼쳐 보이는 서사 기법으로, 관객이 실현되지 않은 가능성을 실제처럼 경험하게 만드는 연출입니다. 라라랜드는 이 기법을 통해 미아와 세바스찬이 함께했을 삶을 불과 몇 분 안에 압축해 보여줍니다.
제가 그 장면을 처음 봤을 때 휘몰아치는 감정을 주체하기 어려웠습니다. '만약 이랬다면'이라는 가정이 실제보다 더 선명하게 그려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가정이 끝나고 현실로 돌아오는 순간 — 두 사람이 눈이 마주치고, 미소 짓고, 돌아서는 그 장면 — 에서 저는 오히려 안도했습니다. 이어지지 않음으로써 서사가 완성된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런 결말 구조는 영화 이론에서 오픈 엔딩(open ending)의 변형으로 분류됩니다. 오픈 엔딩이란 결말을 명확히 닫지 않고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라라랜드의 경우 단순한 오픈 엔딩을 넘어, 카운터팩추얼 시퀀스를 먼저 보여준 뒤 현실로 복귀함으로써 관객이 스스로 판단하도록 유도합니다. 일반적으로 해피엔딩이 아니면 완성도가 낮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이 영화에서만큼은 그 반대가 성립한다고 생각합니다.
- 카운터팩추얼 내러티브: 실현되지 않은 가능성을 시각화해 감정 몰입을 극대화
- 오픈 엔딩 구조: 결말을 닫지 않고 관객의 해석에 맡기는 방식
- 이어지지 않는 결말: 현실적 삶의 궤적과 닮아 있어 공감대 형성에 효과적
- 마지막 시선 교환: 대사 없이 모든 감정을 전달하는 라라랜드 최고의 장면
OST가 영화를 완성하는 방식 — City of Stars를 중심으로
뮤지컬 영화를 평가할 때 OST는 단순한 배경음악이 아닙니다. 라라랜드의 음악은 작곡가 저스틴 허위츠(Justin Hurwitz)가 담당했고, 그는 이 작업으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했습니다. 제 경험상 영화 OST가 극장을 나온 뒤에도 머릿속에 맴도는 경우는 흔치 않은데, 라라랜드는 달랐습니다.
특히 City of Stars는 영화 안에서 라이트모티프(leitmotif)로 기능합니다. 라이트모티프란 특정 인물이나 감정, 상황이 등장할 때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음악적 주제를 의미합니다. 이 곡은 처음 세바스찬이 혼자 부를 때와, 미아와 함께 부를 때, 그리고 마지막 시퀀스에서 다시 흘러나올 때 각각 다른 무게를 가집니다. 같은 멜로디인데 전혀 다른 감정으로 들린다는 점이 저는 놀라웠습니다.
저는 지금도 City of Stars를 플레이리스트에 올려두고 있습니다. 가끔 이 곡을 들으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자동으로 떠오릅니다. 음악이 서사를 기억 속에 고정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걸 이 곡으로 실감했습니다.
라라랜드 사운드트랙은 빌보드 차트에서도 성과를 냈고, City of Stars는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수상했습니다. 수치나 수상 결과보다 제가 더 주목한 건 이 곡이 관객의 기억 속에서 영화와 분리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OST가 영화를 완성시키는 방식으로는 라라랜드가 제가 본 작품 중 가장 설득력 있는 사례였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라라랜드 결말이 해피엔딩이 아닌 이유가 뭔가요?
A. 라라랜드는 오픈 엔딩 구조를 택했고, 두 주인공이 각자의 꿈을 이루는 대신 함께하는 삶을 포기하는 선택을 합니다. 일반적으로 사랑 이야기는 결합으로 마무리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 영화는 이별이 서사를 완성시키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제 경험상 그 선택이 오히려 현실적인 삶의 궤적과 가장 닮아 있어 공감이 더 쉬웠습니다.
Q. 라라랜드 초반이 지루하다는 평이 많은데 끝까지 볼 만한가요?
A. 저도 초반부는 다소 지루하게 느꼈습니다. 그런데 후반부로 갈수록 갈등과 서사가 본격적으로 쌓이면서 몰입도가 급격히 올라갑니다. 특히 마지막 카운터팩추얼 시퀀스를 보고 나면, 초반의 느린 템포가 감정 축적을 위한 의도적인 설계였다는 걸 알게 됩니다.
Q. 뮤지컬 영화를 싫어하는 사람도 라라랜드를 즐길 수 있나요?
A. 라라랜드는 다이어제틱 사운드와 넌다이어제틱 사운드의 전환이 자연스러워서 배우가 갑자기 노래를 부르는 이질감이 적습니다. 뮤지컬 장르에 거부감이 있는 분들도 충분히 서사 중심으로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Q. City of Stars 말고 라라랜드 OST 중 더 들을 만한 곡이 있나요?
A. 저는 City of Stars를 가장 자주 듣지만, Another Day of Sun과 Mia & Sebastian's Theme도 라이트모티프 관점에서 영화와 함께 들으면 전혀 다른 깊이로 들립니다. 특히 Mia & Sebastian's Theme는 피아노 단독 연주곡인데, 영화의 감정선을 그대로 요약해 놓은 느낌이 듭니다.
결론
라라랜드는 뮤지컬 영화라는 장르의 옷을 입고 있지만, 실제로는 현실적인 사랑과 선택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장르 편견으로 미뤄뒀었는데, 막상 보고 나서는 왜 더 일찍 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카운터팩추얼 내러티브로 완성된 마지막 시퀀스, 라이트모티프로 서사를 꿰어낸 OST, 그리고 이어지지 않음으로써 완성되는 두 주인공의 서사 — 이 세 가지가 라라랜드를 단순한 뮤지컬 영화 그 이상으로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뮤지컬 영화에 거부감이 있었다면, 혹은 결말이 마음에 안 들어서 감상을 미루고 있었다면 — 제 경험상 한 번 더 볼 이유는 충분합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만큼은, 두 번 봐야 제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