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가 점점 똑똑해진다면 어떨까요. 2026년 5월 개봉한 연상호 감독의 는 제79회 칸 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 초청작으로, 국내 595만 관객을 동원하며 부산행 이후 10년 만에 연상호 감독의 500만 흥행작이 되었습니다. 극장에서 직접 봤는데, 지금까지 알던 좀비와는 완전히 다른 존재를 만나고 나온 기분이었습니다.군체감염 — 이 좀비는 함께 생각한다부산행을 극장에서 손에 땀을 쥐며 봤던 기억이 있어서 이번에도 기대를 안고 극장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의 감염자는 제가 알던 좀비와 근본적으로 달랐습니다.이 영화의 감염원은 황색망사점균을 바탕으로 설계된 균입니다. 황색망사점균이란 단세포 생물임에도 불구하고 뇌 없이 네트워크를 형성해 먹이를 향한 최적 경로를 스스로 찾아내는 생명체로, 실제 생물학 연..
솔직히 저는 헤어진 연인의 SNS를 들여다본 적이 없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를 보는 내내, 화면 속 동희와 영의 행동을 보면서 제 과거가 자꾸 오버랩됐습니다. 2013년 개봉한 이 영화는 186만 관객을 모으며 청소년 관람불가 로맨스 영화로는 이례적인 흥행을 기록했고, 이동진 평론가로부터 7점과 함께 "이 죽일 놈의 연애"라는 한 줄 평을 받은 작품입니다. 연애를 다룬 영화를 봤다가 제 지난 연애를 보고 나온 느낌, 이 영화가 딱 그랬습니다.현실연애: 달콤함 대신 민낯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대부분의 로맨스 영화는 운명적인 만남이나 설레는 첫 고백에서 출발합니다. 는 그 공식을 정면으로 거부합니다. 영화는 헤어지는 장면으로 시작하고, 다음 날 아침 두 사람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같은 사무실에서 마주칩니다...
토이 스토리 5는 2026년 6월 17일 국내에서 먼저 개봉해 약 295만 관객을 모았고, 전 세계 누적 수익은 약 11억 5천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4편에서 우디가 완전히 떠났기 때문에, 솔직히 5편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는 반가움보다 걱정이 조금 더 컸습니다. 극장을 나서면서는 그 걱정이 완전히 기우였다는 걸 알았습니다.장난감 시대의 위기, 제시가 마주한 현실영화는 배송 사고로 무인도에 고립된 50개의 버즈 라이트이어 피규어들이 북극성을 우주 사령부라 믿으며 뗏목을 만들어 항해를 시작하는 장면으로 열립니다. 똑같이 생긴 버즈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에 극장 전체가 시작부터 웃음바다가 됐는데, 저도 배꼽을 잡았습니다. 그런데 이 유쾌한 오프닝이 끝나고 이야기가 보니의 집으로 넘어가는 순간부터, ..
2026년 9월 2일 국내 개봉 첫 주, 존 카니 감독의 신작 은 약 3만여 명의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 모았습니다. 원제가 인 이 작품을 저는 개봉 당일 혼자 보러 갔는데, 솔직히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탓에 처음엔 약간 당황했습니다.개봉 배경 — 원스에서 싱 어게인까지, 왜 이 감독인가존 카니 감독은 음악 영화 장르 안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2006년 로 선댄스 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은 뒤, , 로 이어지는 일련의 작품들은 모두 "음악으로 상처 입고, 음악으로 다시 일어서는 사람"을 그려왔습니다. 저도 이 세 편을 전부 극장에서 봤고, 특히 싱 스트리트의 OST는 지금도 제 플레이리스트에서 살아 있을 정도입니다.이번 작품은 그 연장선에서 기획된 것이 분명하지만, 국내 배급사가 원..
어른이 되어 다시 본 는 학창 시절에 봤던 그 영화가 아니었습니다. 2006년 단 6개 극장에서 조용히 시작해 입소문만으로 전국 100개 극장까지 번졌던 이 작품이, 개봉 20주년을 맞아 4K 리마스터링으로 다시 스크린에 걸렸습니다. 9월 16일 극장에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내내 눈물을 닦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타임리프가 가르쳐준 것 — 마코토의 선택을 다시 읽다제가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는 타임리프(Time Leap)를 그저 판타지적 장치로만 받아들였습니다. 여기서 타임리프란 자신의 의지로 과거의 특정 시점으로 되돌아가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처음에 마코토가 몸을 던져 데굴데굴 굴러야만 시간을 건너뛸 수 있다는 걸 알아내는 장면에서 극장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졌는데, 저도 그 순간만큼은 정말 가볍게 ..
솔직히 저는 집에서 몇 번이나 다시 봤던 영화를 굳이 극장까지 가야 하나, 잠깐 망설였습니다. 그런데 2026년 9월, 어벤져스: 엔드게임 앙코르 상영 소식을 보자마자 손이 먼저 예매 버튼을 눌렀습니다. 11년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인피니티 사가의 마지막 장을 다시 스크린에서 본 세 시간은,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뭉클하고 묵직한 시간이었습니다.핑거 스냅 이후의 5년, 멈춰버린 세계영화는 인피니티 워에서 타노스의 핑거 스냅 직후에서 시작합니다. 우주를 표류하던 토니 스타크가 산소가 다 떨어져 가는 우주선 안에서 페퍼에게 마지막 메시지를 남기는 장면부터 극장 안의 공기가 달라졌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봤는데, 이미 결말을 아는 상태에서 보는 이 오프닝이 오히려 처음 봤을 때보다 더 가슴을..
제작비 75만 달러짜리 공포 영화가 전 세계에서 5억 달러 넘게 벌어들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반신반의하며 극장을 찾았습니다. 귀신 하나 나오지 않는데 이렇게 무서울 수 있다는 게, 보고 나서도 며칠째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2026년 9월 우리나라에 개봉한 커리 바커 감독의 옵세션, 직접 본 솔직한 후기입니다.줄거리 — 귀여운 짝사랑인 줄 알았습니다솔직히 영화 초반 십여 분은 완전히 로맨스 영화입니다. 악기점에서 일하는 소심한 청년 베어(마이클 존스턴)가 오랜 친구 니키(인디 네버레티) 앞에서 고백 연습을 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서툴고 어설프지만 진심이 담긴 그 연습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습니다.그런데 반려묘 샌디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베어가 상실감에 빠진 틈을 타,..
신나는 액션 영화를 봤는데 이상하게 마음 한구석이 묵직하게 가라앉는, 그런 경험이었습니다. 2015년 개봉한 최동훈 감독의 영화 은 1933년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임시정부가 계획한 친일파 암살 작전을 케이퍼 무비 형식으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오락 영화와 역사 드라마 사이 어딘가에 있는 이 영화가, 왜 1,270만 관객을 모았는지 직접 보고 나서야 납득이 됐습니다.케이퍼 무비 문법으로 독립운동을 그리다솔직히 처음엔 기대 반 걱정 반이었습니다. 로 유쾌한 케이퍼 무비를 만들었던 감독이 독립운동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어떻게 다룰지 가늠이 안 됐거든요. 케이퍼 무비란 한 팀이 정교한 작전을 짜서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을 중심에 놓는 장르입니다. 쉽게 말해 같은 구조인데, 여기서는 금고를 터는 대신 친일파와 일..
제작비 13만 유로, 촬영 기간 17일. 이 숫자만 보면 그냥 묻힐 법한 작은 영화인데, 저는 영화관을 나오면서 집에 오는 내내 OST를 껐다 켰다를 반복했습니다. 2007년 개봉한 존 카니 감독의 아일랜드 영화 원스(Once)가 저한테는 그런 작품이었습니다.Falling Slowly가 탄생한 자리, 악기 가게 즉흥 연주의 의미흔히 음악 영화라고 하면 화려한 무대나 스타의 성장기를 떠올리기 쉬운데, 원스는 그런 공식을 전혀 따르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음악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대규모 공연 장면이라는 공식이 있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더블린 뒷골목의 작은 악기 가게에서 벌어집니다. 제가 직접 봤는데, 그 장면 하나로 40분짜리 영화를 본 것 같은 감각이 남았습니다.영화 속 두 주인공에게는 ..
일본 개봉 첫날부터 흥행 기록을 갈아치우며 2026년 일본 개봉 영화 1위에 오른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이 9월 30일 국내 극장에도 걸렸습니다. 저는 힐링 애니메이션이라는 소개만 믿고 가벼운 마음으로 자리에 앉았는데, 엔딩 크레딧이 끝나고 충격이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그림체로 이렇게 서늘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게 아직도 신기합니다.영화 곳곳에 숨어 있는 복선, 처음엔 정말 몰랐습니다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은 SNS에서 시작된 나가노 작가의 인기 만화 먼작귀, 즉 치이카와를 원작으로 한 첫 극장판입니다. 감독은 우마무스메로 잘 알려진 오이카와 케이가 맡았고,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사이픽이 작화를 담당했습니다. 나가노 작가가 직접 콘티와 작화를 하나하나 확인했다는 이야기가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