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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이 (크리스토퍼 놀란 연출, 세이렌, 몰입감)

Surnz 2026. 9. 12. 00:51

목차


    오디세이 공식 포스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개봉하고 나서 4일이 지나서야 오디세이가 올해 최대 기대작이었다는 걸 뒤늦게 알았고, 아무런 배경지식도 없이 일반 영화관에서 봤습니다. 그런데 3시간 가까운 러닝타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만큼 몰입했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기대가 충분한 작품이지만, 저는 그 기대가 어떤 방식으로 채워지는지 직접 확인하고 와서 이 글을 씁니다.



    놀란의 연출 방식 — 세이렌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이전부터 주관적 시점(POV, Point of View)을 즐겨 사용하는 감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서 주관적 시점이란 카메라가 특정 인물의 눈을 대신하여, 관객이 그 인물이 되어 장면을 경험하도록 유도하는 촬영 기법입니다. 그런데 오디세이에서 제가 직접 봐서 놀랐던 건, 세이렌 구역을 지나는 장면에서 그 원칙을 오히려 뒤집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세이렌(Siren)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존재로,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선원을 유혹해 배를 난파시키는 반인반조의 생물로 묘사됩니다. 쉽게 말해 들으면 정신을 잃게 만드는 소리로 뱃사람을 죽음으로 이끄는 존재입니다. 이전 작품들에서 이 장면을 다룰 때는 으레 세이렌의 노래가 직접 관객의 귀에 들려오는 방식이었고, 저도 그게 당연한 연출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런데 오디세이는 달랐습니다. 저의 경험과 다르다 싶었던 건, 이 장면이 오디세우스가 아닌 부하의 시각으로 진행됐기 때문입니다. 귀를 막은 채 노를 젓는 부하의 관점에서 장면이 전개되니, 관객도 함께 소리가 차단된 채 그 긴장감을 느끼게 됩니다. 오디세우스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그가 어떤 소리를 듣고 있는지 직접 알 수 없는 구조 자체가 극적 긴장감을 극대화합니다. 

    이 연출을 두고 "놀란이 지나치게 우회적으로 찍었다"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오히려 이 선택 덕분에 세이렌 장면이 단순한 시각적 볼거리가 아닌 심리적 체험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영상미 자체도 압도적이었지만, 소리를 배제함으로써 역설적으로 소리의 존재감이 더 강렬해지는 경험이었습니다.

    놀란 영화의 공간 연출 — IMAX와 실사 촬영

    오디세이는 크리스토퍼 놀란이 즐겨 사용하는 실사 촬영 위주의 제작 방식을 이번에도 유지했습니다. 실사 촬영이란 CG(컴퓨터 그래픽)로 후보정하는 대신, 실제 세트와 물리적 장치를 이용해 촬영하는 방식을 뜻합니다. 저는 아이맥스관이 아닌 일반관에서 관람했음에도 영상미가 상당히 압도적이었는데, 이 점을 감안하면 아이맥스 포맷으로 촬영된 장면들이 얼마나 다를지는 충분히 짐작이 가능하실 거 같습니다. 

    그리스 신화 원전을 다루는 만큼, 배우들의 앙상블 연기도 몰입감을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특히 신화 속 사건들이 연달아 등장하는 구성 덕분에, 배경지식이 없어도 흐름을 따라가는 데 큰 무리는 없었습니다.

    • 세이렌 장면 — 부하의 시점으로 소리를 차단한 역발상 연출
    • 키클롭스(Cyclops) — 외눈박이 거인, 오디세우스 일행의 탈출 서사를 강렬하게 구성
    • 트로이 목마 — 신화 속 전략적 기만의 상징, 영화 초반부 맥락에 자연스럽게 녹아있음
    • 실사 위주의 영상미 — CG 의존도를 낮춰 현장감과 밀도가 높은 화면 구성

     

    몰입감의 실체 — 배경지식 없이 봐도 괜찮은가

    제가 직접 확인한 바, 배경지식 없이 관람해도 영화를 따라가는 건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호메로스(Homeros)의 서사시 《오디세이아》를 원작으로 하는 이 이야기는, 트로이 전쟁 이후 오디세우스가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는 긴 귀환 여정을 다룹니다. 여기서 서사시란 영웅의 행적을 길고 장대하게 서술하는 시 형식으로, 서구 문학의 가장 오래된 장르 중 하나입니다(출처: Encyclopædia Britannica). 한국에서도 그리스 로마 신화 책을 한 번이라도 읽어본 분이라면, 트로이 목마·키클롭스·세이렌이라는 이름 자체는 낯설지 않을 것입니다.

    "사전 공부를 하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는데, 저는 그 의견에 반은 동의하고 반은 다르게 생각합니다. 제 경우엔 아무 정보 없이 들어갔음에도 영화의 흐름 자체는 충분히 파악했습니다. 다만, 각 에피소드가 전환되는 시점에서 신화 원전의 맥락을 알고 있다면, 그 장면이 왜 그렇게 연출됐는지 훨씬 빠르게 납득이 됩니다. 쉽게 말해 알고 보면 두 배로 재미있고, 몰라도 기본값은 충분히 높습니다.

    아쉬웠던 한 가지 — 마지막 전투 장면

    모든 게 좋았는데, 딱 한 가지 아주 살짝 아쉬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오디세우스가 이타카로 귀환한 뒤의 전투 장면입니다. 제가 기대했던 건 영웅 서사의 클라이맥스답게, 압도적인 무력으로 적을 제압하는 카타르시스였습니다. 신화 원전에서 오디세우스가 활로 구혼자들을 홀로 쓸어버리는 장면이 《오디세이아》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로 꼽힙니다.

    "현실적 묘사가 오히려 설득력을 높인다"는 시각도 있고, 이 의견도 일리는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3시간의 감정적 축적이 마지막 장면에서 조금 더 폭발적으로 해소됐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이게 영화 전체의 몰입을 방해할 수준은 전혀 아니었고, 영화관에서 나오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단지 마지막 장면 하나에 대한 개인적인 기대치 차이였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오디세이 영화 사전 지식 없이 봐도 재미있나요?

    A. 제가 직접 아무 정보 없이 봤는데, 영화 자체의 흐름을 따라가는 데는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다만 그리스 로마 신화의 주요 에피소드(트로이 목마, 키클롭스, 세이렌 등)를 미리 가볍게라도 훑고 가면 각 장면의 연출 의도가 훨씬 명확하게 느껴집니다. 모르고 봐도 괜찮고, 알고 보면 더 좋은 영화라는 게 제 결론입니다.

     

    Q. 러닝타임 3시간이면 지루하지 않나요?

    A. "3시간짜리 영화는 지루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 우려가 완전히 기우였다고 느꼈습니다. 긴장과 이완이 리드미컬하게 교차하는 서사 구조 덕분에 체감 시간이 훨씬 짧게 느껴집니다. 오히려 끝나고 나서 "벌써?"라는 반응이 나오는 영화입니다.

     

    Q. 아이맥스로 봐야 하나요, 일반관도 괜찮나요?

    A. 저는 일반관에서 봤는데도 영상미가 충분히 압도적이었습니다. 다만 크리스토퍼 놀란이 IMAX 포맷으로 촬영하였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아이맥스 관람이 더 풍부한 경험을 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반관은 의미 없다"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제 경험상 일반관에서도 충분히 가치 있는 관람이었습니다.

     

    Q. 세이렌 장면이 왜 인상적이라고 하나요?

    A. 기존 영화들은 세이렌의 노래를 관객이 직접 듣는 방식으로 연출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오디세이는 귀를 막은 부하의 시점으로 소리를 완전히 차단합니다. 소리 없이 오디세우스의 표정만 먼 발치에서 바라보는 구조가, 오히려 그 장면의 긴장감을 극대화합니다. 알고 보면 놀란 특유의 주관적 시점 활용인데, 이번엔 역발상으로 적용한 점이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결론

    정리하면, 오디세이는 제가 올해 본 영화 중 시간 대비 가장 몰입도가 높았던 작품입니다. 기대작인지도 모르고 들어갔다가, 나오는 길에 "왜 아이맥스로 안 봤을까"를 반성한 드문 경험이었습니다. 마지막 전투 장면의 아쉬움은 있지만, 그게 전체 평가를 낮출 이유는 되지 않습니다.

    배경지식을 어느 정도 갖추고 가면 더 풍성하게 즐길 수 있고, 아이맥스 관람 기회가 남아있다면 놓치지 않는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세이렌 장면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극장 가치가 있는 영화라고 저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01UGC5ThD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