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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너무 복잡해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영화를 찾다가 왓챠를 열었던 날이 있었습니다. 그때 안젤리나 졸리의 포스터에 끌려 별 생각 없이 눌렀던 게 바로 2008년 영화 '원티드(Wanted)'였는데, 생각보다 훨씬 강렬하게 남은 작품이었습니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의 액션영화로 잔인한 장면이 다수 포함되어 있지만, 카타르시스 하나만큼은 확실히 챙겨가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 어떻게 시작하게 됐을까요 — 카타르시스의 첫 신호
한창 액션영화에 푹 빠져 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OTT 서비스를 열면 추천 목록만 훑다가 결국 고르지 못하고 닫는 날들이 반복됐는데, 앤젤리나 졸리가 전면에 선 포스터가 눈에 들어왔고, 손이 먼저 움직였습니다. 영화관에서 개봉 당시 본 건 아니고, OTT로 처음 접한 케이스였습니다.
영화는 시작부터 흡입력이 있었습니다. 주인공 웨슬리(제임스 맥어보이)는 형편없는 직장에서 상사에게 치이며 사는 평범한 회사원입니다. 이 설정 자체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감정이입하게 되는 구조입니다. 제가 그 영화를 처음 봤을 때는 아직 직장인이 아니었는데, 지금 와서 다시 떠올려보니 웨슬리가 상사를 시원하게 한 방 날리고 퇴사하는 장면의 의미가 완전히 다르게 다가옵니다. 그때는 그냥 아무 느낌 없이 시청했다면, 지금은 정말 "통쾌하다"는 정도입니다.
이 영화는 카타르시스를 가장 직접적인 방식으로 전달하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복잡한 은유나 상징 없이, 억눌린 자가 폭발하는 과정을 정면으로 보여줍니다.
비현실 액션이어도 괜찮은 이유 — 총알 곡사의 논리
이 영화에서 가장 독특한 설정이 바로 총알 곡사입니다. 직선이 아닌 휘어진 궤도로 탄환을 날리는 방식을 말하는데, 현실에서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개념입니다. 원티드에서는 팔의 힘과 특수한 요령을 이용해 총알의 궤도 자체를 휘게 만들어, 일반적으로는 암살이 불가능한 각도에서도 목표를 맞히는 장면들이 연달아 나옵니다.
솔직히 처음 봤을 때 "이게 말이 돼?" 싶었습니다. 현실적인 밀리터리 액션이나 존윅과 같은 건파이트 묘사를 기대하고 틀었다면 분명히 갸우뚱할 장면들입니다. 원티드의 건파이트 장면들은 현실성보다는 과장된 연출을 택했고, 이것이 호불호를 나누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 비현실성이 오히려 이 영화의 정체성이라고 봅니다. 만화적 과장이 영화 전체의 톤과 일치하고 있거든요. 슈퍼히어로 영화처럼 물리 법칙을 아예 무시하는 세계관을 처음부터 선언하고 들어가는 방식입니다. CG 완성도도 2008년 작품치고는 꽤 자연스러운 편이어서, 제가 시청하면서 크게 거슬렸던 부분은 없었습니다.
- 총알 곡사 등 물리 법칙을 무시하는 과장된 액션 연출이 특징
- 현실적 밀리터리 묘사보다는 만화적 세계관에 가까운 영화
- 2008년 작품임에도 CG 완성도가 비교적 자연스러운 편
- 비현실성을 즐길 수 있는 관객에게 킬링타임으로 최적화된 구성
제임스 맥어보이의 연기
킬링타임용 영화를 고를 때 연기력을 기대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원티드를 보면서 제임스 맥어보이의 연기에서 의외로 멈춰 서게 되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웨슬리가 회사에서 극도의 분노를 억누르는 장면인데, 이마에 핏줄이 서고 눈이 떨리는 그 표정이 보는 저까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 정도였습니다. 연기를 보면서 저도 모르게 표정이 따라가는 경우가 흔치 않은데, 그 장면은 확실히 그랬습니다.
앤젤리나 졸리는 포스터만 보고 클릭한 배우였는데, 막상 영화에서는 차갑고 절제된 킬러 캐릭터로 나옵니다. 화려하게 움직이면서도 표정이 흔들리지 않는 그 특유의 분위기가 영화 전체의 긴장감을 받쳐주는 역할을 합니다. 제가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제임스 맥어보이를 다른 작품에서도 찾아보게 된 건 순전히 그 핏줄 씬 하나 때문이었습니다.
스토리 구조와 반전 — 수미상관이 주는 여운
액션영화에서 스토리에 큰 기대를 거는 건 사실 사치에 가깝습니다. 이 영화는 스토리 구조 면에서 나름의 장치를 갖추고 있습니다. 후반부에 반전이 있고, 시작과 끝이 서로 호응하는 수미상관 구조로 마무리됩니다.
수미상관이란 이야기의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이 대응하며 전체에 통일감을 주는 서사 구조입니다. 영화에서는 웨슬리의 독백으로 시작해 웨슬리의 독백으로 끝나는 방식인데, 처음과 끝의 온도 차이가 꽤 선명합니다. 그 변화 자체가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압축하고 있습니다.
반전에 대해서는 솔직히 말하면, 지금 와서 다시 생각해 보면 충분히 예측 가능한 수준입니다. 처음 볼 때는 꽤 신선했던 기억이 있는데, 영화를 많이 본 이후에 돌아보니 장르적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스토리보다는 액션 시퀀스와 배우의 연기에 집중해서 보는 것을 권하는 쪽입니다.
참고로 원티드는 마크 밀러의 동명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하며(출처: IMDb), 원작 코믹스의 과장된 세계관을 영화적으로 번안한 작품입니다. 원작에서 영화로 옮기는 과정에서 슈퍼빌런 설정이 킬러 조직으로 변경되는 등 상당한 각색이 이루어졌고, 이것이 영화의 대중적 접근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영화의 연출을 맡은 티무르 베크맘베토프 감독은 빠른 편집과 시각적 과장으로 유명한 스타일리스트 감독으로 평가받습니다(출처: Rotten Tomatoes).
자주 묻는 질문
Q. 원티드 어디서 볼 수 있나요?
A. 제가 시청했던 플랫폼은 왓챠였습니다. OTT 서비스는 라이선스 계약에 따라 수시로 콘텐츠가 바뀌기 때문에, 현재 어느 플랫폼에서 제공 중인지는 직접 검색해서 확인하시는 게 확실합니다. 왓챠 외에도 다른 플랫폼에서 서비스될 수 있습니다.
Q. 원티드 잔인한 장면이 많은가요?
A.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인 만큼 잔인한 장면이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잔혹 묘사에 민감하신 분이라면 시청 전에 참고하시는 게 좋습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불편했던 장면들이 몇 군데 있었던 건 사실입니다.
Q. 원티드 스토리가 탄탄한 편인가요?
A. 스토리에 큰 기대를 가지고 보시면 조금 아쉬울 수 있습니다. 후반부에 반전이 있고 수미상관 구조로 마무리되지만, 지금 기준으로 보면 충분히 예상 가능한 전개입니다. 제 경험상 이 영화는 스토리보다 액션 연출과 배우 연기에서 만족감을 얻는 작품이라고 보는 게 맞습니다.
Q. 현실적인 액션영화를 좋아하는데 원티드도 맞을까요?
A. 솔직히 현실적인 밀리터리 액션이나 실제 전술적 총기 묘사를 기대하신다면 갸우뚱하실 장면들이 꽤 나옵니다. 총알을 물리적으로 휘게 만드는 곡사 설정 자체가 비현실적 전제 위에 서 있는 영화거든요. 그 세계관을 받아들이고 보면 오히려 즐거운데, 리얼리티를 중시하는 분에게는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결론
원티드는 머리를 비우고 싶은 날, 딱 그 용도에 맞는 영화입니다. 비현실적인 액션 연출, 충분한 카타르시스, 그리고 제임스 맥어보이의 연기까지. 스토리의 완성도나 현실적인 액션을 기대하고 틀면 실망할 수 있지만, 그걸 내려놓고 보면 킬링타임 영화로서 손색이 없습니다.
제가 이 영화를 다시 떠올리게 된 건 상사에게 치이던 날이었습니다. 웨슬리가 키보드를 집어던지는 장면이 머릿속에 저절로 떠올랐거든요. 카타르시스를 원하는 날이라면, 왓챠에서 한 번 찾아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PJeFKNTBqiA, https://www.youtube.com/watch?v=25oy8Tnxx3Y&t=510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