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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 24일 국내 개봉한 영화 '인턴'은 '왓 위민 원트', '로맨틱 홀리데이',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 등 따뜻한 로맨틱 코미디로 사랑받아 온 낸시 마이어스 감독이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한 작품입니다. 로버트 드 니로와 앤 해서웨이라는 세대를 대표하는 두 배우가 만나 개봉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까다로운 상사였던 그녀, 이번엔 CEO가 되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까다로운 상사 밑에서 고생하던 앤 해서웨이가 이번에는 직접 회사를 이끄는 젊은 CEO가 되었고, 그 곁에 슈트를 차려입은 70세 인턴 로버트 드 니로가 나타난다는 설정만으로도 호기심이 생기는 영화입니다. 러닝타임은 121분, 12세 이상 관람가입니다.
국내에서는 개봉 첫 주 4위로 조용히 출발했지만 입소문을 타고 2주 차에 주말 박스오피스 1위까지 치고 올라가는 역주행을 기록했고, 최종적으로 약 361만 명을 동원하며 전 세계에서 한국이 북미 다음으로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나라가 되었을 만큼 유독 한국 관객들의 사랑을 듬뿍 받은 작품입니다.
다시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었던 벤, 예민한 CEO 줄스를 만나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뉴욕의 온라인 패션 쇼핑몰 '어바웃 더 핏'을 창업한 서른 살 CEO 줄스 오스틴이 있습니다. 부엌 한편에서 시작한 사업을 불과 1년 반 만에 직원 220명 규모로 키워낸 그녀는 사무실 안에서도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며 시간을 아끼고, 야근하는 직원을 챙기고, 고객을 위해 직접 박스 포장까지 할 만큼 열정이 넘치는 인물입니다.
그런 회사가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65세 이상 시니어 인턴 프로그램을 시작하고, 여기에 지원해 합격한 사람이 바로 벤 휘태커입니다. 벤은 전화번호부를 만드는 회사에서 부사장까지 지내고 은퇴한 뒤 아내와 사별하고 혼자 지내고 있었는데, 중국어도 배우고 요가도 하고 쌓인 마일리지로 세계 여행도 다녀봤지만 마음 한구석의 허전함은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다시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인턴에 도전한 그가 출근하게 된 사무실이 공교롭게도 예전에 자신이 일했던 바로 그 건물이라는 설정은 작은 운명처럼 느껴져 미소를 짓게 만듭니다.
벤은 줄스의 개인 인턴으로 배정되지만, 늘 바쁘고 예민한 줄스는 나이 많은 인턴과 자신이 잘 맞을 리 없다고 생각해 그에게 거의 일을 주지 않습니다.
서두르지 않는 연륜, 어느새 사무실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사람이 되다
하지만 벤은 서두르지 않습니다. 아무도 치우지 않던 어수선한 책상을 조용히 정리하고, 젊은 동료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필요한 순간에 슬쩍 손을 내밀면서 어느새 사무실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사람이 되어갑니다. 특히 줄스의 운전기사가 대기 중에 술을 마시는 모습을 발견하고도 소란을 피우지 않고 조용히 본인이 물러나도록 정리하는 장면은 오랜 사회생활에서 나온 벤의 연륜이 잘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그렇게 임시 운전기사를 맡게 된 벤은 차 안에서, 사무실에서, 줄스의 일상 가까이에서 그녀를 지켜보며 조금씩 신뢰를 쌓아가고, 처음엔 벤을 부담스러워하던 줄스도 어느새 가장 먼저 그를 찾게 됩니다. 벤과 함께 입사한 젊은 인턴 데이비스, 회사 동료 제이슨과 베키 등 주변 인물들과의 에피소드도 소소한 재미를 더하는데, 후줄근한 차림으로 다니던 젊은 직원들이 벤의 영향을 받아 셔츠를 입고 빈티지 서류가방을 사는 등 점점 스타일이 바뀌어 가는 모습이 참 귀엽습니다.
"손수건은 남에게 빌려주기 위해 가지고 다니는 것"이라는 벤의 말은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억하는 명대사로, 벤이라는 사람이 어떤 신사인지를 한 문장으로 보여줍니다. 여기에 회사 안 마사지사인 피오나와 벤 사이에 싹트는 은은한 로맨스도 영화에 따뜻한 온기를 더해줍니다.
- 벤은 나서지 않고 필요한 순간에만 조용히 도움을 건네는 방식으로 신뢰를 쌓습니다
- 젊은 직원들이 벤의 영향으로 스타일과 태도까지 조금씩 변화합니다
- "손수건은 빌려주기 위한 것"이라는 대사가 벤의 성격을 압축해서 보여줍니다
일과 가정 사이, 줄스의 진짜 고민
한편 줄스는 급성장한 회사를 더 안정적으로 운영하라는 투자자들의 요구에 따라 외부에서 전문 CEO를 영입해야 할지 깊이 고민합니다. 누구보다 이 회사를 잘 알고 사랑하지만, 일에 치여 가족에게 소홀했다는 미안함이 늘 그녀를 따라다녔기 때문입니다. 줄스의 남편 매트는 아내의 꿈을 위해 일을 그만두고 딸 페이지를 돌보는 전업주부 아빠였는데, 어느 날 벤은 페이지를 데려다주던 길에 매트가 다른 여성과 함께 있는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됩니다.
이 사실을 줄스에게 말해야 할지 고민하던 벤은 결국 줄스 역시 남편의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는 걸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줄스가 CEO 영입을 서두른 진짜 이유도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늘려 결혼 생활을 되살리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게 드러납니다. 출장지 샌프란시스코의 호텔에서 화재경보기가 잘못 울려 한밤중에 밖으로 나온 두 사람이 줄스의 방에서 가운 차림으로 나란히 앉아 속마음을 털어놓는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따뜻하고 인간적인 순간으로 꼽힙니다. 상사와 인턴을 넘어 서로에게 기댈 수 있는 친구가 된 두 사람의 관계가 가장 잘 느껴지는 장면입니다.
결국 줄스는 CEO 후보를 만나 영입을 결정하지만, 회사로 돌아온 그녀에게 매트가 먼저 잘못을 고백하고 다시 잘해보고 싶다며, 그렇다고 당신의 꿈까지 포기하지는 말라고 말합니다. 줄스는 외부 CEO 영입을 철회하기로 마음먹고 이 소식을 누구보다 먼저 벤에게 전하려고 그를 찾아 나섭니다. 휴가를 내고 공원에서 태극권을 하던 벤은 좋은 소식이 있다는 줄스에게 운동이 끝나고 이야기하자며 여유롭게 웃고, 줄스가 그 옆에 서서 함께 동작을 따라 하는 모습으로 영화는 잔잔하게 막을 내립니다.
택시 드라이버가 신사가 되기까지, 그리고 엇갈린 평가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보다 로버트 드 니로라는 배우가 보여주는 신사다운 모습입니다. '택시 드라이버', '대부 2', '분노의 주먹'처럼 거칠고 강렬한 역할로 기억되던 그가 이번에는 부드럽고 품위 있는 할아버지 인턴으로 완벽하게 변신했는데, 거울 앞에서 표정 연습을 하다 멈추는 장면이나 두 주먹을 맞대는 장면처럼 그의 예전 대표작을 떠올리게 하는 깨알 같은 오마주를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이 작품에서 드 니로가 최고의 연기를 보여줬다고 극찬했을 정도입니다.
앤 해서웨이 역시 일과 가정 사이에서 흔들리는 워킹맘 CEO의 고민을 섬세하게 표현해 내며 두 배우의 세대를 뛰어넘는 호흡이 영화 전체를 편안하게 이끌어갑니다. 모든 직원이 최신형 노트북을 쓰는 사무실에서 벤 혼자 오래된 폴더폰을 꺼내는 장면처럼 세대 차이를 유쾌하게 보여주는 연출도 인상적입니다. 참고로 이 역할은 처음엔 티나 페이와 마이클 케인이 캐스팅될 뻔했고, 리즈 위더스푼도 거론되었다가 최종적으로 앤 해서웨이에게 돌아갔다고 하니, 지금의 조합이 얼마나 다행인지 새삼 느껴집니다.
평가는 조금 엇갈렸는데,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은퇴 후 재취업이라는 시의적절한 소재를 가져와 놓고 벤이 너무 완벽한 만능 캐릭터라 갈등이나 성장이 부족하고, 이야기가 별다른 사건 없이 잔잔하게 흘러가 다소 밋밋하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관객 반응은 정반대로 뜨거워서 네이버 관람객 평점 9점대, CGV 골든에그지수 97%를 기록했고, 자극적인 갈등 없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착한 영화라는 호평이 쏟아졌습니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약 10년이 지난, 2026년에는 최민식과 한소희 주연의 한국판 리메이크로도 제작되었고 현재 개봉하였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갈등이 크지 않다던데, 지루하지 않나요?
A. 자극적인 사건보다는 인물들 사이의 신뢰가 쌓여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라 잔잔한 편입니다. 다만 그 잔잔함 자체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Q. 로맨스 영화인가요, 직장 영화인가요?
A. 시니어 인턴과 젊은 CEO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직장 내 세대 간 신뢰를 다루면서도, 벤과 피오나의 잔잔한 로맨스, 줄스 부부의 이야기까지 폭넓게 담고 있습니다.
Q. 영어 공부용으로도 좋다는 게 사실인가요?
A. 대사가 깔끔하고 발음이 또렷한 편이라 영어 공부용 영화로도 자주 추천되는 작품입니다.
Q. 한국판 리메이크도 있다던데, 원작을 먼저 봐야 할까요?
A. 필수는 아니지만, 원작 특유의 잔잔한 정서와 로버트 드 니로의 연기를 먼저 경험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결론
"경험은 결코 늙지 않는다"는 이 영화의 메시지처럼, '인턴'은 나이와 직급을 떠나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할 때 얼마나 따뜻한 관계가 만들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벤의 신사적인 태도와 줄스의 성장, 그리고 두 사람이 쌓아가는 신뢰는 큰 사건 없이도 오래도록 마음에 남습니다.
일에 지치고 사람에 지친 날, 마음을 부드럽게 녹여줄 영화가 필요하다면 벤 휘태커 같은 인턴을 만나러 가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참고자료:
1. [영화리뷰] 어느 날, 인터넷 쇼핑몰 회사에 70세 노인이 인턴지원을 했다?! 영화 '인턴' 리뷰 (유튜브)
2. 영화 <인턴> 로버트 드니로와 앤 해서웨이의 완벽 케미, 명대사, 숨겨진 메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