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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31일 개봉한 '완벽한 타인'은 이재규 감독이 연출하고 배세영 작가가 각본을 맡은 코미디 드라마로, 유해진, 조진웅, 이서진, 염정아, 김지수, 송하윤, 윤경호 일곱 배우가 사실상 극 전체를 이끌어가는 작품입니다. 원작은 이탈리아 영화 '퍼펙트 스트레인저'인데, 전 세계에서 20차례 넘게 리메이크되며 가장 많이 리메이크된 영화로 기네스북에까지 오른 작품이라 한국판이 어떻게 나올지 개봉 전부터 관심이 컸습니다.
가장 많이 리메이크된 원작, 한국에서도 통했다
결과적으로 '완벽한 타인'은 손익분기점인 180만 명을 개봉 6일 만에 넘기고 최종 529만 명이라는 기분 좋은 성적을 거두며 성공적인 리메이크로 자리 잡았습니다. 영화는 1984년 겨울 속초 영랑호에서 얼음낚시를 하며 월식을 바라보던 네 소년의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34년 뒤, 소년들은 각자 번듯한 어른이 되었고 배우자들까지 함께 어울리는 끈끈한 모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월식이 뜨는 날, 성형외과 원장 석호와 정신과 의사 예진 부부의 새 집에서 집들이가 열리고, 변호사 태수와 전업주부 수현 부부, 레스토랑을 막 개업한 준모와 수의사 세경 부부, 그리고 최근 이혼하고 교사 일을 그만둔 영배가 한자리에 모입니다. 겉으로 보면 다들 성공했고 부부 사이도 좋아 보이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저마다 말 못 할 속사정이 있다는 게 은근히 드러나는데, 이 미묘한 긴장감이 초반부터 꽤 쫄깃합니다.
휴대폰 하나로 시작된 게임, 걷잡을 수 없이 터지는 비밀들
즐거운 저녁 식사 도중 휴대폰과 사생활 이야기가 나오자 예진이 게임 하나를 제안합니다. 식사가 끝날 때까지 각자의 휴대폰에 오는 전화, 문자, 메신저, 이메일을 전부 공개하고 통화는 스피커폰으로 받자는 것입니다. 다들 말도 안 된다며 손사래를 치지만 "찔리는 거 있냐"는 한마디에 결국 하나둘 휴대폰을 식탁 위에 올려놓고, 처음에는 장난 문자와 옛 은사의 전화로 웃음꽃이 피지만 곧 숨겨둔 비밀들이 하나씩 터져 나오면서 분위기는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갑니다.
가장 따뜻한 가장처럼 보이던 석호는 사실 아내 몰래 부부 문제로 다른 정신과에서 상담을 받고 있었고, 전 재산을 걸다시피 한 부동산 투자에서 큰 사기를 당한 사실까지 숨기고 있었습니다. 딸 소영의 가방에서 나온 민망한 물건 때문에 예진이 속을 끓이는데, 알고 보니 그걸 챙겨준 건 아빠 석호였다는 대목은 웃기면서도 석호라는 인물의 성격을 잘 보여줍니다.
예진은 남편 몰래 다른 병원에서 성형 상담을 받은 사실이 들통나는 데, 진짜 반전은 따로 있습니다. 게임을 먼저 제안할 만큼 당당했던 예진이 사실은 준모와 몰래 관계를 이어가고 있었고, 그 상대가 바로 같은 식탁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자신만만했던 것입니다.
태수는 초반 내내 아내를 다그치는 권위적인 남편으로 그려지는데, 한 여성에게서 곤란한 사진을 받고 있던 그는 들킬까 봐 같은 기종의 휴대폰을 쓰는 영배와 몰래 폰을 바꿔치기합니다. 그런데 하필 바꾼 휴대폰으로 영배의 비밀 연인에게서 연락이 오면서, 태수는 친구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그 오해를 고스란히 자기가 뒤집어쓰게 됩니다. 이 장면에서 유해진의 억울함 가득한 연기가 정말 압권인데, 웃음이 터지다가도 친구를 끝까지 감싸주는 태수의 의리에 묘하게 마음이 찡해집니다.
터질수록 아파지는 나머지 세 부부의 진실
수현은 문학 모임 친구와 예진을 험담했던 통화가 스피커폰으로 새어 나오고, 시어머니를 실버타운에 모시려고 몰래 알아본 일까지 들키며 곤욕을 치릅니다. 블로그에 쓰는 로맨스 소설과 팬과의 연락 때문에 오해를 사기도 하지만, 알고 보니 그 소설은 젊은 시절 가난한 고시생이던 태수와의 이야기였다는 점이 뭉클합니다. 여기에 1년 전 수현이 낸 음주운전 사고를 태수가 대신 책임졌다는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태수가 왜 그렇게 아내를 엄하게 대했는지도 이해가 됩니다.
준모는 겉으로는 세경을 끔찍이 아끼는 애처가지만, 실제로는 여러 여성과 외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레스토랑 직원의 임신 소식과 다른 여성을 위해 주문한 귀걸이 이야기가 차례로 터지고, 그 귀걸이의 주인이 친구의 아내 예진이었다는 게 밝혀지는 순간 식탁은 그야말로 얼어붙습니다. 더 어이없는 건 정작 본인은 아내 세경이 전 남자친구와 연락했다는 이유만으로 불같이 화를 내며 몰아붙였다는 점인데, 이서진이 이 뻔뻔하고 찌질한 캐릭터를 너무 실감 나게 연기해서 보는 내내 얄미움이 치솟습니다.
세경에게 온 전 남자친구의 다급한 메시지는 알고 보니 강아지 번식 문제로 수의사인 그녀에게 조언을 구한 것일 뿐이었고, 준모를 위해 꿈도 미루고 레스토랑 자금까지 대줬던 세경은 결국 이 모임에서 가장 큰 상처를 입은 사람이 됩니다. 모든 진실을 알게 된 세경이 결혼반지를 빼고 당당하게 자리를 떠나는 장면은 통쾌하면서도 씁쓸합니다.
영배는 연인 민서를 데려오겠다고 해놓고 혼자 나타났는데, 사실 민서는 남성 연인 민수였고 영배는 40년 지기 친구들에게조차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고 살아왔습니다. 연인을 데려오지 않은 이유에 대해 "친구들이 겉으로는 잘 대해줘도 눈빛 속 속마음까지 숨길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하는 장면은, 가까운 사람일수록 오히려 서로를 모른다는 이 영화의 주제를 가장 아프게 찌르는 순간입니다.
돌아가는 반지, 그리고 두 개의 결말
이렇게 모든 관계가 무너진 뒤 세경이 떠나며 식탁 위에 돌려놓은 결혼반지가 멈추지 않고 계속 회전하는데, 영화 '인셉션'을 떠올리게 하는 이 장면을 기점으로 이야기는 '만약 게임을 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라는 또 다른 결말로 넘어갑니다. 그 세계에서는 석호의 반대로 게임이 열리지 않았고, 석호는 "우리는 완벽하지 않은데 이 작은 기계는 너무 완벽해서 문제"라며 반대한 이유를 털어놓습니다.
모두가 아무 일 없다는 듯 웃으며 헤어지지만, 예진은 잠자리에서 남편에게 등을 돌린 채 준모에게 몰래 메시지를 보내고, 준모는 운전하는 세경 옆에서 조용히 메시지를 지웁니다. 반면 태수는 수현의 바뀐 머리 스타일을 예쁘다고 칭찬하며 오랜만에 부부 사이에 온기가 돌고, 영배는 "다음엔 꼭 민서를 데려오라"는 친구들의 인사를 들으며 혼자 집으로 돌아갑니다. 겉으로는 평화롭지만 속은 이미 금이 가 있는 이 결말이 오히려 더 서늘하게 느껴집니다.
감독은 인터뷰에서 난장판이 된 쪽이 현실이고 평화로운 쪽이 가상이라고 밝힌 반면, 각본가는 게임을 하지 않았다는 생각으로 썼다고 해서 어느 쪽이 진짜인지는 결국 관객의 몫으로 남습니다.
한 식탁, 일곱 배우가 만들어낸 밀도 있는 두 시간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영화의 대부분이 한 집, 한 식탁에서만 벌어지는 연극 같은 구성인데도 두 시간 가까운 러닝타임이 전혀 지루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일곱 배우 누구 하나 튀거나 묻히지 않고 서로의 합을 완벽하게 맞추며, 웃음이 터지다가 순식간에 정적이 흐르는 완급 조절도 자연스럽습니다. 준모의 벨소리로 흐르는 'I Will Survive'나 세경 전 남자친구의 통화 연결음 '한 남자'처럼 음악을 절묘하게 활용한 재미도 쏠쏠하고, 이순재, 라미란, 조정석, 진선규 같은 배우들이 목소리로만 깜짝 등장하는 것도 소소한 즐거움입니다.
특히 석호가 남자친구와 여행을 가려는 딸에게 "아빠가 아니라 그 나이를 먼저 살아본 사람으로서, 평생 웃으며 돌아볼 순간이라면 가고 조금이라도 확신이 없으면 돌아와도 된다"라고 다정하게 말해주는 통화 장면은 많은 관객이 명장면으로 꼽는 대목입니다. 예진이 세경을 흘겨보는 눈빛이나 혼자만 다른 기종의 휴대폰을 쓰는 설정처럼 다시 볼수록 새롭게 보이는 복선도 많아서, 한 번 보고 끝내기엔 아까운 영화이기도 합니다.
네이버 관람객 평점 9점대, CGV 골든에그지수 96%라는 수치가 말해주듯 관객 반응이 뜨거웠고, 평론가들 역시 강력한 콘셉트와 탄탄한 앙상블, 현실적인 세태 풍자를 높이 평가했습니다. 물론 뒤로 갈수록 비밀의 수위가 점점 세지는 전개가 다소 과하다는 의견이나 마지막 반전에 대한 호불호도 있지만, 가장 가까운 사람도 결국은 완벽한 타인일 수 있다는 질문만큼은 오래도록 여운을 남깁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완벽한 타인'은 원작이 있는 영화인가요?
A. 네, 이탈리아 영화 '퍼펙트 스트레인저'가 원작입니다. 전 세계에서 20차례 넘게 리메이크되며 가장 많이 리메이크된 영화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Q. 결말이 두 개라던데, 어떤 쪽이 진짜 결말인가요?
A. 감독과 각본가의 해석이 서로 다릅니다. 감독은 난장판이 된 쪽이 현실이라고 밝혔지만, 각본가는 게임을 하지 않은 평화로운 쪽을 염두에 두고 썼다고 밝혀 정답은 관객의 몫으로 남습니다.
Q. 대부분이 한 공간에서만 진행된다는데 지루하지 않나요?
A. 한 집, 한 식탁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벌어지는데도 일곱 배우의 합과 완급 조절이 뛰어나 두 시간 가까운 러닝타임이 전혀 지루하지 않습니다.
Q. 한 번 보고 나서 또 볼 만한 가치가 있나요?
A. 네, 인물들의 사소한 눈빛이나 소품 설정에 숨겨진 복선이 많아 다시 볼수록 새롭게 보이는 지점이 많은 영화입니다.
결론
'완벽한 타인'은 휴대폰이라는 지극히 일상적인 소재 하나로 사람 사이의 신뢰와 비밀, 그리고 가까운 관계일수록 오히려 서로를 다 알지 못한다는 현실을 정면으로 파고드는 영화입니다. 한 식탁, 일곱 명의 인물만으로 두 시간을 밀도 있게 채워내는 연출력과 배우들의 앙상블, 그리고 관객의 판단에 맡겨진 두 가지 결말까지, 왜 이 영화가 529만 관객의 선택을 받았는지 납득이 갑니다.
웃으면서 보다가 영화관을 나설 때쯤엔 나도 모르게 주머니 속 휴대폰을 슬쩍 쥐게 되는, 그런 영화입니다. 아직 안 보셨다면, 혹은 오랜만에 다시 보고 싶으시다면 이번 기회에 한 번 챙겨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참고자료:
1. 《완벽한 타인》 결말 해석, 영화가 그따구로 끝나는 이유? (유튜브)
2. 완벽한 타인, 분석과 결말 해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