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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한국 추격 장르 영화를 그다지 챙겨보는 편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끝까지 간다'를 OTT에서 처음 틀었다가 1시간 51분을 꼼짝도 못 하고 앉아서 봤고, 결국 총 세 번을 돌려봤습니다. 손에 땀이 맺히는 경험이 이런 거구나 싶었습니다.
긴장감 — 이 영화가 숨을 놓지 않는 이유
'끝까지 간다'는 네오누아르장르로 분류됩니다. 여기서 네오누아르란 고전 필름 누아르의 어둡고 비관적인 세계관을 현대 배경으로 재해석한 장르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선과 악의 경계가 흐릿한 주인공이 도덕적 딜레마 속에서 생존을 모색하는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고건수(이선균)는 경찰입니다. 그런데 제가 이 영화를 처음 볼 때 예상한 '정의로운 경찰 이야기'는 전혀 아니었습니다. 어머니 장례식 날, 아내의 이혼 통보와 내사 통보가 동시에 쏟아지는 최악의 하루에 그는 차로 사람을 치고 맙니다. 극이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미 주인공은 진흙탕 한가운데 있습니다.
서사 구조상 이 영화는 이미 사건이 터진 시점에서 바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구성을 택합니다. 덕분에 관객은 숨 고를 틈 없이 사건의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갑니다. 제가 세 번을 봤음에도 매번 초반부터 긴장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 어머니 장례일이라는 극한의 심리 상황에서 사고 발생
- 내사 통보 — 소속 기관이 경찰 본인을 내부 조사하는 절차 — 가 동시에 진행
- 목격자라 주장하는 박창민(조진웅)의 협박이 즉시 시작
- 시체 은닉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으로 주인공이 코너에 몰림
네오누아르 — 두 남자의 대결이 설득력 있는 이유
박창민(조진웅)은 단순한 악당이 아닙니다. 비리 경찰로서 자신도 뭔가를 감추고 있는 인물입니다. 고건수 역시 피해자라 보기 어렵습니다. 이 두 사람이 처음 직접 대면하는 장면에서 저는 알게 모르게 압도당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이동진 평론가가 왓챠피디아에서 3.5 별점을 주며 "두 주인공이 처음 직접 대면하게 될 때의 굉장한 박력"이라고 평한 부분이 바로 그 장면입니다(출처: 왓챠피디아).
이 장면이 강렬한 이유는 단순히 연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봅니다. 두 사람이 서로의 약점을 정확히 파악한 상태에서 맞붙기 때문입니다. 이때 긴장감은 단순한 추격보다 훨씬 촘촘하게 쌓입니다. 어떤 시각에서는 고건수가 결국 돈을 독차지하는 결말을 두고 개운하지 않다는 평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 경우엔 중간 내내 그가 겪은 수모와 공포를 함께 따라갔기 때문에, 금고 앞에 홀로 남겨진 그 장면에서 오히려 묘한 해방감을 느꼈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 돈의 액수가 살짝 부러워지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이선균 — 캐스팅이 이 영화를 완성한 이유
이선균이라는 배우에 대해 저는 원래 '섬세한 로맨스나 드라마 중심'이라는 인상을 갖고 있었습니다. 극도의 스트레스와 공포에 짓눌린 인물을 연기하는 그의 모습은 캐릭터의 피폐함이 얼굴에 그대로 새겨져 있었고, 과하지 않아서 더 무서웠습니다. 고건수의 경우, 처음에는 사고를 숨기려는 소극적 은폐자였다가 점차 적극적으로 상대의 약점을 역이용하는 인물로 변해갑니다. 이 변화를 이선균이 말보다 표정과 행동으로 표현해 낸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2014년 개봉 당시 이 영화는 관객 수 341만 명을 기록했습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 KOBIS). 지금 기준으로도 결코 작은 숫자가 아닙니다. 이 추격 장르 영화를 계기로 저는 한국 범죄 스릴러에 본격적으로 눈을 뜨게 됐으니, 어떻게 보면 제 취향의 전환점이 된 작품입니다.
결론
정리하면, '끝까지 간다'는 1시간 51분 동안 단 한 번도 지루한 구간이 없었던 영화입니다. 네오누아르 특유의 도덕적 모호함, 드라마틱 아이러니가 빚어낸 두 배우의 심리전, 그리고 이선균의 안티히어로 캐릭터 아크가 맞물려 이 영화만의 밀도를 만들어냅니다.
추격 장르에 큰 관심이 없었던 저도 세 번을 돌려봤으니, 긴장감 있는 하루를 보내고 싶다면 이 영화는 충분히 그 기대에 답할 수 있습니다. 현재 왓챠,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쿠팡플레이에서 모두 시청 가능합니다. 가입한 OTT가 있다면 추가 비용 없이 바로 볼 수 있으니, 오늘 밤 바로 시청할 수 있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SgQp5UpO7WY, https://www.youtube.com/watch?v=lhacPLwdPm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