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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자만 없으면 취업이 될까요? 작년 10월, 저는 첫 직장 퇴사를 앞두고 이 질문을 머릿속에 달고 살았습니다. 하필 그 시점에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가 개봉했고, 이병헌이 연기한 주인공은 제가 상상만 했던 일을 실제로 행동에 옮기고 있었습니다. 극장 안에서 즐겁게 관람하다가, 끝나고 나서는 한동안 멍하게 앉아 있었습니다.
퇴사 직전에 이 영화를 본다는 것
솔직히 말하면, 영화를 고른 이유의 절반은 이병헌이었습니다. 저는 이병헌이 나오는 작품은 거의 빠지지 않고 챙겨보는 편인데, 거기에 박찬욱 감독 조합이라면 극장에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만수(남자 주인공)는 실직 상태에서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가장입니다. 공장 관리자 자리 하나를 두고 여러 명의 경쟁자와 맞붙어야 하는 구조인데, 여기서 만수(이병헌)가 선택한 방법이 이 영화의 핵심입니다. 보통 경쟁자가 많을수록 실력보다 운이 작용하는 영역이 커집니다. 저도 2번의 취업 준비를 할 때, 처음 서류 탈락했던 기업에서 다음에 수정을 거의 하지 않고 제출했을 때 최종까지 붙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이때, 만수 그 운의 영역을 직접 제거하는 방식을 택합니다. 저도 취업 준비를 하던 시절, 경쟁자들의 스펙을 검색하면서 '저 사람만 없으면'이라는 생각을 몇 번쯤 했던 것 같습니다. 실행에 옮길 생각은 단 1초도 없었지만, 그 감정 자체가 영화 안에서 구현되는 걸 보니 묘한 카타르시스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제가 이 영화에 완전히 빨려 들어갔습니다.
자동화 위협, 영화가 보여준 현실
영화의 결말이 저를 진짜 불편하게 만든 지점은 만수(이병헌)가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그가 그토록 처절하게 싸워 얻어낸 자리가, 사실은 이미 반쯤 비어 있는 자리였다는 것입니다. 공장 안에서 사람이 하던 일은 로봇이 대체하고 있었고, 결국 '사람'으로서 남은 건 만수(이병헌) 혼자였습니다.
노동 대체율(labor displacement rate)이라는 지표가 있습니다. 자동화 기술이 특정 직종의 인력을 얼마나 빠르게 대체하는지를 측정하는 수치로, 국제노동기구(ILO)의 분석에 따르면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업무일수록 자동화 대체 가능성이 높습니다(출처: 국제노동기구(ILO)). 제가 직접 데이터를 찾아봤을 때, 제조업과 물류·유통 분야의 대체율이 특히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영화는 그걸 그냥 보여줍니다. 설명도 없고 강조도 없이. 이병헌이 텅 빈 공장 안에 홀로 서 있는 마지막 장면은, 보는 내내 '어쩔 수가 없었다'는 핑계가 쌓여온 결과가 고작 이것인지를 물어보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가장 오래 남았던 장면이 바로 그 씁쓸한 결말이었습니다.
박찬욱 감독 특유의 미장센(화면 안에 배치되는 모든 시각요소, 즉 조명, 생체, 공간 구성을 연출자가 의도적으로 설계하는 방식)도 이 불편함을 강화합니다. 텅 빈 공장의 차갑고 광활한 공간감은 주인공의 고립을 말이 아닌 화면으로 전달합니다. 이 점은 박찬욱 감독의 이전 작품들에서도 반복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특징입니다.
자동화 시대에 대체되기 쉬운 직무의 특징
- 반복적이고 규칙화된 육체 노동 (제조·조립·포장 등)
- 정형화된 데이터 입력 및 처리 업무
- 단순 규칙 기반의 판단 업무 (기초 심사·분류 등)
- 물리적 이동 경로가 고정된 물류·운반 작업
이 영화가 던진 질문에 답하는 생존전략
영화를 보고 나서 저는 퇴사를 결정했습니다. 물론 영화 때문은 아니었지만, 이 영화가 그 결정을 더 복잡하게 만들었던 건 사실입니다. 힘들게 들어간 회사였고, 취업시장이 좋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결국 나왔고, 운 좋게 재취업에 성공했다가 또 퇴사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가 계속 돌아온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나는 로봇이 대체할 수 없는 사람인가?'
인적자본론(human capital theory)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개인이 교육·경험·기술을 통해 축적하는 경제적 가치를 자본의 개념으로 설명하는 이론으로, 쉽게 말해 사람 자체가 투자 가능한 자산이라는 뜻입니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자동화 대체 위험이 낮은 직군은 대체로 창의적 판단, 대인 관계, 비정형 문제 해결 능력이 핵심인 직무들입니다(출처: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제가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실제로 달라진 게 있다면, 지금 하는 일이 '대체 가능한 일인지'를 자꾸 따지게 됐다는 점입니다. 만수(이병헌)처럼 필사적으로 경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경쟁에서 이겼을 때 남는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영화 한 편이 이 정도 생각을 끌어낸다면, 그건 꽤 잘 만든 영화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어쩔수가없다' 결말이 해피엔딩인가요, 새드엔딩인가요?
A. 표면적으로는 만수(이병헌)가 목표한 자리를 얻으니 해피엔딩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공장 안에 사람이 만수(이병헌) 혼자라는 사실이 드러나는 순간, 해피엔딩이라는 단어가 입 안에서 맴돌다 사라집니다. 보는 사람마다 다르게 느낄 수 있지만, 저는 이 결말을 씁쓸한 풍자로 읽었습니다.
Q. 박찬욱 감독 영화를 처음 보는 사람도 즐길 수 있나요?
A. 충분히 가능합니다. 박찬욱 감독 특유의 미장센이나 색채 연출이 낯설 수 있지만, 이야기 자체는 취업과 생계라는 매우 현실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어서 진입 장벽이 생각보다 낮습니다. 중간중간 개그 요소도 있어서 내내 무겁지만은 않습니다.
Q. 이 영화가 자동화·AI 위협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영화인가요?
A. 직접적인 메시지를 던지기보다는 결말을 통해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입니다. AI나 로봇 자동화를 대놓고 비판하는 영화가 아니라, 그 현실을 배경으로 깔고 이야기를 진행하다가 마지막에 조용히 보여주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더 오래 남는 느낌이었습니다.
Q. 이병헌 연기가 이 영화에서도 믿을 만한가요?
A. 저는 이병헌 연기를 깎아내릴 수 있는 영화를 아직 본 적이 없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절박함과 냉정함 사이를 오가는 감정선을 과하지 않게 표현하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고, 주변 배우들의 연기와 균형도 잘 맞았습니다.
결론
'어쩔 수가 없다'는 제가 인생에서 꽤 복잡한 시점에 봤기 때문에 더 깊이 박힌 영화입니다. 퇴사와 재취업을 반복하면서 느낀 취업시장의 냉혹함이 영화 속 만수(이병헌)의 절박함과 겹쳐 보였고, 결말의 씁쓸함은 그냥 스크린 위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영화 자체로 보면, 배우들의 연기와 박찬욱 감독의 연출력은 흠잡을 데 없습니다. 자동화와 노동 대체라는 무거운 주제를 직접 설교하지 않고 이야기 안에 녹여낸 방식도 영리합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나는 대체될 수 있는 사람인가'를 진지하게 생각해 봤고, 그 질문이 아직도 유효하다고 느낍니다. 극장에서 볼 기회를 놓쳤다면 OTT에서라도 챙겨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77Yes279dV8, https://www.youtube.com/watch?v=bZXUuC0dtq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