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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석이 악역을 한다고 했을 때, 저도 처음엔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극장에서 보고 나니 오히려 그게 이 영화에서 가장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2019년 1월 개봉한 뺑반은 차이나타운의 한준희 감독이 선보인 두 번째 장편으로, 뺑소니 전담반이라는 낯선 소재와 캐릭터들 사이의 온기가 뒤섞인 작품입니다. 화끈한 카체이스를 기대하고 들어갔다가 전혀 다른 여운을 안고 나왔습니다.
조정석 악역, 정말 소름 돋았나요?
저는 조정석을 늘 유쾌하고 선한 인물로만 봐왔기 때문에, 그가 재벌 악당 정재철을 연기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선뜻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영화 안에서 그가 보여주는 캐릭터성은 제가 상상했던 것과 완전히 달랐습니다.
정재철은 F1 레이서 출신의 JC모터스 의장입니다. 여기서 F1이란 포뮬러 원(Formula One)의 약자로, 세계 최고 수준의 오픈휠 단좌식 레이싱 대회를 의미합니다. 최고 시속 350km를 넘나드는 극한의 속도와 기술이 요구되는 종목입니다. 그 배경을 가진 인물이 자기 차와 똑같은 차를 탄 운전자를 비웃다가, 직접 골프채로 자기 차를 부숴버리는 장면에서 저는 저도 모르게 팔뚝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더 섬뜩한 건 발음이 살짝 새는 특유의 말투였습니다. 동창 모임에서 자신을 무시한 친구를 여유롭게, 그러나 상상하기 힘든 방식으로 위협하는 장면은 보는 내내 불편할 만큼 현실적이었습니다. 악역의 설득력이란 결국 과장 없는 디테일에서 온다는 걸 이 장면에서 제대로 느꼈습니다.
한편, 서민재가 카센터로 찾아온 정재철에게 "F1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길을 기계 힘으로 달리는 대회일뿐"이라고 맞받아치는 대사가 화제가 됐는데, 영화를 보는 순간엔 통쾌했지만 나중에 모터스포츠 팬들 사이에서 F1을 지나치게 가볍게 표현했다는 비판이 나왔다는 걸 알고 나니 조금 복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내러티브적 쾌감과 현실적 정확성이 충돌한 경우였습니다.
- 골프채로 자기 차를 부수는 장면 — 과시와 광기를 동시에 보여주는 연출
- 살짝 새는 발음의 여유로운 말투 — 가장 무서운 건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 악인
- 조정석의 첫 악역 도전 — 선입견을 완전히 뒤집은 캐스팅
이 팀워크가 마음을 흔든 진짜 이유
뺑반이라는 영화를 처음 접했을 때 저는 당연히 개인의 복수극이나 짜릿한 추격전을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제가 가장 오래 기억하는 장면은 사무실에서 셋이 라면을 끓여 먹으며 신고식을 치르는 조용한 순간입니다. 거창하지 않아도 따뜻한 팀의 냄새가 났습니다.
제가 직접 영화를 보면서 가장 마음이 많이 간 인물은 류준열이 연기한 서민재였습니다. 서민재는 입양된 아이였고, 한때 폭주족으로 살다가 자신을 쫓던 형사의 다리를 다치게 했습니다. 그 형사가 나중에 서민재를 거두어 아버지가 됐고, 서민재는 그 은혜를 갚으려 경찰이 됐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저도 모르게 코끝이 찡해졌습니다.
누군가가 끝까지 믿어준다는 것이 한 사람의 인생 궤적을 어떻게 바꿔놓는지, 그 짧은 장면이 저에게는 어떤 액션 신보다 크게 와닿았습니다. 클라이맥스에서 서민재가 정재철을 추격하다 무고한 차들이 피해를 입을 것을 알고 스스로 차를 멈추는 장면, 저는 이 순간이 영화에서 가장 좋았습니다. 폭주족이었던 과거의 자신과 완전히 결별하는 선택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출산을 마친 우 계장이 교통통제실로 들어가 지휘권을 잡고, 서민재 아버지에게 도움을 받았던 동네 견인차 기사들이 무전에 응답하며 길을 막아주는 장면이 이어졌습니다. 한 사람이 베풀었던 선의가 이렇게 돌아온다는 설정이 저는 액션보다 더 큰 울림으로 느껴졌습니다.
카체이스는 기대만큼이었을까요?
제가 이 영화를 보러 가면서 가장 기대했던 건 단연 카체이스였습니다. 차이나타운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한준희 감독의 두 번째 장편이고, 제목 자체가 뺑소니를 다루는 만큼 도심 추격전이 화끈하게 터질 거라고 기대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결과는 기대에 조금 못 미쳤습니다.
카 체이스(car chase)란 영화에서 자동차로 쫓고 쫓기는 추격 시퀀스를 말하며, 장르 영화에서 긴장감과 속도감을 극대화하는 핵심 연출 요소입니다. 불리트(1968), 매드 맥스(1979) 같은 클래식부터 베이비 드라이버(2017)까지 카체이스는 하나의 독립적인 영화 언어로 자리 잡았습니다. 뺑반의 클라이맥스 추격전도 분명 공을 들인 장면이었지만, 제가 기대했던 것만큼 숨이 막히는 긴장감이 쌓이지는 않았습니다.
이런 평가는 저만의 느낌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국내 영화 평론 기록에 따르면 뺑반은 평론가 평점과 관객 평점 모두 7점대에서 엇갈렸으며(출처: 영화진흥위원회 KOBIS), 손익분기점으로 알려진 400만 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약 182만 명의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쳤습니다. 영화 산업에서 손익분기점(Break-Even Point)이란 제작비와 마케팅 비용을 포함한 총 투자비용을 관객 수익으로 회수할 수 있는 최소 기준선을 뜻합니다. 뺑반은 그 기준에 크게 미치지 못했습니다.
쿠키 영상에는 교도소에서 정재철이 서민재보다 더 빨랐다는 한 여성 수감자를 찾아가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차이나타운에서 한준희 감독과 인연을 맺은 김고은이 특별출연해 짧지만 강렬한 여운을 남겼습니다. 속편을 향한 떡밥이 분명했지만, 흥행 성적 탓에 결국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그 점이 저에게는 꽤 아쉬움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야기가 확장될 여지가 충분히 보였던 세계관이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뺑반의 배경이 된 뺑소니 전담반은 실제 국내 경찰 조직 내에 존재하는 수사 체계를 모티프로 삼은 것으로, 국내 도로교통법 제54조는 사고 후 미조치, 즉 뺑소니를 형사 처벌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자주 묻는 질문
Q. 뺑반 조정석이 악역으로 나오나요?
A. 맞습니다. 조정석은 이 영화에서 JC모터스 의장이자 F1 레이서 출신의 악역 정재철을 연기했습니다. 그의 첫 악역 도전이었는데, 제가 직접 보니 생각보다 훨씬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유쾌한 이미지로만 알려진 배우가 이렇게 차갑게 사람을 짓누를 수 있구나 싶어 꽤 놀랐습니다.
Q. 뺑반 쿠키 영상에 누가 나오나요?
A. 차이나타운에서 한준희 감독과 작업한 배우 김고은이 특별출연합니다. 교도소에 수감된 정재철이 서민재보다 더 빨랐다는 여성 수감자를 찾아가는 장면인데, 짧지만 강렬한 여운을 남깁니다. 속편 떡밥이 분명해 보였지만, 아쉽게도 현재까지 후속작은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Q. 뺑반 흥행은 어느 정도였나요?
A. 약 182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습니다. 손익분기점으로 알려진 400만 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수치입니다. 평론가 평점과 관객 평점 모두 7점대에서 엇갈리는 평가를 받았고, 기대에 비해 아쉬운 결과였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Q. 뺑반은 어떤 장르 영화인가요?
A. 뺑소니 전담반 형사들의 수사를 중심으로 한 범죄 액션 장르입니다. 카체이스와 추격전이 있지만, 제가 보기엔 팀 내 관계와 인물의 성장 서사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영화입니다. 화끈한 액션만 기대하면 아쉬울 수 있고, 캐릭터에 집중하면 더 잘 즐길 수 있습니다.
Q. 뺑반에서 류준열 캐릭터의 배경이 궁금합니다
A. 류준열이 연기한 서민재는 입양아 출신으로 한때 폭주족으로 살았던 청년입니다. 자신을 쫓다가 다리를 다친 형사가 나중에 아버지가 됐고, 그 은혜를 갚기 위해 경찰이 됐다는 설정입니다. 제가 이 배경 이야기를 들으면서 코끝이 찡해진 건, 한 사람의 믿음이 인생 전체를 바꿀 수 있다는 감각이 아주 현실적으로 전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결론
극장을 나서며 제 마음은 조금 복잡했습니다. 기대했던 카체이스의 화끈함은 온전히 충족되지 않았고, 이야기 전개에서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순간들도 있었습니다. 완벽한 영화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 영화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화려한 추격전이 아니라, 라면 한 그릇으로 치른 소박한 신고식과 끝까지 선을 넘지 않은 서민재의 뒷모습입니다. 누군가를 믿어주는 마음이 얼마나 먼 곳까지 닿을 수 있는지, 그 감각을 이 영화는 저에게 꽤 진하게 남겨줬습니다. 차이나타운을 인상 깊게 봤거나 캐릭터 중심의 장르 영화를 좋아하신다면 한 번쯤 볼 만한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