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영화 하나 틀고 싶었던 날이 있었습니다. 그때 다시 꺼내 든 게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였습니다. 2005년 개봉작인데도 액션이 전혀 촌스럽지 않고, 보고 나서 머리가 가벼워지는 느낌이 있어서 제가 몇 번이나 다시 찾게 되는 몇 안 되는 액션영화 중 하나입니다.
줄거리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는 권태를 느낀 부부가 부부 상담사를 찾아가면서 이야기가 열립니다. 이 설정 자체가 이미 영화의 핵심 주제를 담고 있다고 저는 봤습니다.
두 주인공 존 스미스(브래드 피트)와 제인 스미스(안젤리나 졸리)는 각각 서로 다른 암살 조직에서 활동하는 전문 킬러입니다. 임무 중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졌고, 서로가 같은 직업을 가졌다는 사실도 모른 채 결혼해 평범한 부부처럼 살아갑니다. 그러다 같은 타깃을 두고 임무가 겹치면서 서로의 정체가 폭로됩니다. 이때부터 영화가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서로를 제거하려 하지만, 결국 남은 건 서로에 대한 감정이었습니다. 저는 이 반전 구조가 2000년대 초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중에서도 꽤 잘 짜인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액션 — 2005년작이 지금도 어색하지 않은 이유
20년 가까이 된 영화를 다시 꺼내 보면 CG나 촬영 기법이 눈에 거슬리는 경우가 많은데,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는 그런 불편함이 거의 없었습니다. 이유를 생각해 봤더니, 이 영화가 실용적 액션을 상당히 많이 활용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실용적 액션이란 컴퓨터 그래픽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고, 실제 세트장과 배우의 움직임을 중심으로 촬영하는 방식을 뜻합니다.
제가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부부가 부엌에서 맞붙는 시퀀스입니다. 긴장감이 분명히 있는데, 동시에 어딘가 우스운 구석이 있습니다. 서로 죽이려는 두 사람이 결혼 생활의 일상적인 공간인 부엌에서 싸운다는 설정 자체가 블랙 코미디적인 요소를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의 액션이 지금도 통하는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실내·실외 공간을 번갈아 활용해 장면마다 분위기가 달라 지루하지 않음
- 두 주인공의 캐릭터 대비(정밀한 제인 vs. 즉흥적인 존)가 액션 스타일에도 반영되어 있음
- 유머와 긴장감이 한 장면 안에 공존해 감정 피로도가 낮음
- 클라이맥스의 협동 액션이 두 사람의 관계 회복을 시각적으로 표현함
액션 연출 측면에서, 당시 감독 더그 리만은 본 아이덴티티(The Bourne Identity, 2002)를 연출한 감독이기도 합니다(출처: IMDb, Mr. & Mrs. Smith). 제 경험상 본 시리즈를 좋아했던 분들이라면 이 영화의 액션 호흡에도 무리 없이 적응할 수 있을 겁니다.
부부 권태 — 영화가 건네는 진짜 메시지
이 영화를 단순 액션으로만 보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렇게만 보기엔 좀 아깝다고 생각합니다. 권태의 원인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존과 제인이 느끼는 무기력함은 서로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서로의 진짜 모습을 전혀 모른 채 살았기 때문입니다. 비밀을 숨긴 채 유지된 관계가 얼마나 빨리 공허해지는지를 이 영화는 꽤 직접적으로 보여줍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자기 노출(self-disclosure)의 부재로 설명합니다. 자기 노출이란 자신의 진짜 생각, 감정, 경험을 상대방에게 솔직하게 드러내는 행위를 말하며,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Relationships). 존과 제인은 직업이라는 가장 큰 자기 정보를 서로에게 숨겼고, 그 결과 관계의 토대가 텅 빈 상태였던 셈입니다.
제가 이 영화를 보며 제일 인상 깊었던 부분도 바로 여기입니다. 싸움이 절정에 달했을 때, 두 사람은 오히려 처음으로 솔직한 대화를 나눕니다. 서로를 죽이려다가 비로소 상대방의 진짜 모습을 보게 되는 역설적인 구조입니다. 부부라면 마땅히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영화가 이렇게 액션으로 풀어냈다는 게, 꽤 기억에 남습니다.
2005년작을 지금 봐도 되는가 — 시대적 어색함과 그 한계
2000년대 초중반 할리우드 영화에는 특유의 플롯 패턴이 있습니다. 부부 상담이나 심리 치료사를 이야기의 틀로 삼아 내러티브를 진행하는 방식이 그 시기에 꽤 유행했습니다.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도 그 전형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습니다. 제가 다시 봤을 때 도입부 상담 장면이 살짝 형식적으로 느껴진 건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크게 거슬리는 수준은 아닙니다. 이 영화를 놓고 "시대에 뒤떨어진 구성이다"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그 틀이 영화의 주제를 받쳐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부 상담이라는 설정이 없었다면 권태라는 감정을 이렇게 명확하게 전면에 내세우기 어려웠을 겁니다.
결말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부분의 영화가 그렇듯이 주인공들이 위기를 돌파하고 사랑을 재확인하는 구조인데, 이 영화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장르 관습(genre convention), 즉 특정 장르가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서사 공식에 충실한 결말입니다. 제 경우엔 그게 오히려 편했습니다. 이 영화를 볼 때는 머리를 비우고 싶은 날이 대부분이었거든요. 예측 가능한 결말이 때로는 위로가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 지금 봐도 재밌나요?
A. 제가 직접 최근에 다시 꺼내 봤는데, 액션의 완성도는 여전히 충분합니다. 2005년 개봉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나은 편입니다. 도입부 구성이 약간 2000년대 공식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전체 러닝타임이 흥미롭게 흘러가기 때문에 크게 방해되지는 않습니다.
Q. 이 영화 폭력적이거나 잔인한 장면이 많나요?
A. 액션 영화이니만큼 총격전과 격투가 자주 나옵니다. 다만 과도하게 잔인하거나 고어한 장면을 지향하지는 않습니다. 블랙 코미디 성격이 섞여 있어서 액션이 유머와 함께 소화되는 편입니다. 강도 높은 폭력 묘사에 민감하신 분들께는 다소 거슬릴 수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일반적인 액션 블록버스터 기준에서는 무리 없는 수준입니다.
Q. 이 영화에서 부부 권태가 해결되는 방식이 현실적인가요?
A. 총을 쏘며 권태를 극복한다는 설정은 당연히 현실과 거리가 있습니다. 다만 영화가 전달하는 메시지, 즉 서로에 대해 진실하지 않으면 관계가 공허해진다는 부분은 심리학적으로도 실제 이유가 있는 이야기입니다. 자기 노출의 부재가 친밀감을 무너뜨린다는 건 학술적으로도 꽤 탄탄한 개념입니다. 영화적 과장 안에 현실적 핵심이 있다고 보는 시각이 저는 더 맞다고 생각합니다.
Q. 가족이랑 같이 보기 좋은 영화인가요?
A.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은 아니지만 성인 취향의 유머와 액션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어린 자녀와 함께하기보다는 성인 친구나 연인과 함께 보기에 더 어울리는 영화입니다.
결론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는 생각을 비우고 싶은 날 틀기 좋은 영화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립니다. 저도 줄거리가 가물가물해질 때쯤 다시 꺼내 보게 되는 몇 안 되는 영화 중 하나입니다. 액션은 깔끔하고, 화면 안에서 배우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흐르는 감정적 호흡은 지금 봐도 설득력이 있습니다.
단순 오락영화로 소비해도 충분하지만, 부부 신뢰와 자기 노출이라는 주제에 잠깐이라도 눈을 두면 영화가 한 겹 더 깊게 읽힙니다. 머릿속이 복잡한 날, 아무 생각 없이 틀었다가 나름의 메시지를 건져가는 경험을 하고 싶으신 분들께 저는 이 영화를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