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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스토리, 연기, 액션)

Surnz 2026. 9. 30. 09:20

목차


    마녀 1 공식 포스터

     

    평범한 시골 소녀가 사실은 처음부터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면 어떨까요. 2018년 개봉한 박훈정 감독의 영화 <마녀>는 저에게 그런 질문을 남긴 작품입니다. 신세계를 만든 감독의 신작이라는 말 한마디만 듣고 아무 정보 없이 극장에 들어갔다가, 영화가 끝나고 나올 때는 휴대폰으로 김다미를 검색하고 있었습니다.



    스토리 — 10년을 기다린 반전의 설계도

    영화는 비밀 연구 시설에서 시작합니다. 특별한 능력을 가진 피험체의 처리 명령이 내려지고, 혼란 속에서 상처투성이가 된 소녀 한 명이 탈출합니다. 여기서 피험체란 연구 목적으로 신체 개조 및 능력 강화 실험을 받은 인간 대상자를 뜻합니다. 그 소녀는 이후 외딴 목장을 운영하는 노부부에게 발견되어 구자윤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10년 뒤의 자윤은 욕도 거침없이 주고받는 단짝 명희와 티격태격하며 충청도 시골 마을을 누비는 평범한 여고생처럼 보입니다. 공부를 따로 하지 않아도 전교 1, 2등을 하고, 소값 폭락으로 어려워진 집안 형편 때문에 직접 트럭을 몰고 사료를 받아오는 모습을 보면서 저는 이게 정말 액션 영화 맞나 싶었습니다. 초반부의 생활감이 너무 현실적이고 귀여워서 장르 자체를 잊게 만드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자윤은 어머니 치료비와 집안 사정 때문에 상금 5억 원이 걸린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방송을 통해 정체가 알려지자 정체불명의 세력들이 하나둘 접근합니다. 서울행 기차 안에서 귀공자라 불리는 청년이 나타나 "마녀 아가씨"라고 부르며 자윤을 알아보는 장면, 그 눈빛이 섬뜩해서 삶은 달걀을 먹던 화면이 갑자기 공포영화처럼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 최고의 반전이 터집니다. 기억을 되찾는 약을 투여받은 자윤이 싸늘하게 웃으며 밝히는 사실은, 처음부터 모든 기억을 갖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 화제가 된 것도, 10년간 능력을 억누르고 살아온 것도, 모두 자취를 감춘 닥터 백이 스스로 자신을 찾아오게 만들기 위한 계획이었습니다. 이 장면에서 저는 소름이 돋으면서 동시에 앞부분의 모든 장면을 다시 되감아 보고 싶었습니다. 밤마다 인터넷으로 영어 논문을 찾던 모습, 사람 많은 곳에서 힘들어하던 모습이 전부 복선이었다는 사실이 그렇게 정교하게 맞아떨어질 줄은 몰랐습니다.

    • 10년간 기억을 숨기고 살아온 자윤의 장기 포석이 반전의 핵심
    • 오디션 출연, 귀공자 접촉, 시설 침입까지 모두 계획된 수순
    • 초반부 복선(논문 검색, 두통, 영어 혼용)이 반전 이후 완전히 다르게 읽힘
    • 엔딩에서 닥터 백의 쌍둥이 동생과 정체불명의 소녀 등장으로 속편 예고
    요약: 설계된 반전이 초반 복선과 정교하게 맞물려, 영화가 끝난 뒤 처음으로 다시 되돌아가 보고 싶게 만드는 스토리입니다.

     

    연기와 액션 — 신인이 1인 2역을 해냈을 때

    김다미는 당시 거의 알려지지 않은 신인이었는데, 명희와 욕을 주고받으며 웃음을 터뜨리다가 순식간에 얼굴이 굳으며 상황을 정리해 버리는 장면 전환이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러웠습니다. 소녀와 마녀, 두 얼굴 사이의 온도 차를 같은 배우가 한 편 안에서 소화했다는 게 지금도 놀랍습니다.

    단순히 의상이나 표정만 바꾸는 게 아니라 말투, 눈빛, 호흡까지 달라져야 설득력이 생기는데, 제가 극장에서 눈으로 확인한 김다미의 연기는 그 기준을 충분히 넘어섰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나올 때 저는 이 배우의 이름을 검색했고, 그게 김다미라는 배우와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명희 역의 고민시도 단순한 감초 이상이었습니다. 귀공자 일행이 자윤을 억지로 차에 태우려 할 때 재치로 위기를 넘기는 장면도 그렇고, 자윤이 본모습을 드러낸 뒤 겁에 질린 채로도 끝까지 "자윤아"라고 이름을 부르며 가지 말라고 고개를 젓는 장면에서는 두 친구의 우정이 고스란히 느껴져 가슴이 아렸습니다. 조민수가 연기한 닥터 백은 광기와 냉철함이 뒤섞인 인물인데, 한 장면 안에서 그 둘을 동시에 보여주는 방식이 제가 본 악역 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편입니다.

    후반부 액션의 경우, 눈으로 따라가기 힘들 만큼 빠른 움직임, 물리력과 초능력을 혼합한 전투 방식은 마치 만화 속 장면이 스크린으로 튀어나온 것 같았습니다. 이 장면들이 더 인상적이었던 이유가 있는데, 알고 나니 제작비가 넉넉하지 않아 많은 설정을 시각화하지 못하고 대사로 대신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그런 제약 안에서 이 정도 완성도를 만들어냈다는 게 오히려 더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한국영화진흥위원회(KOFIC) 통계에 따르면 마녀는 최종 약 318만 명의 관객을 동원해 손익분기점을 넘겼습니다(출처: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KOBIS)). 개봉 초반에는 조용하다가 입소문이 퍼지며 4주 차에 역주행한 결과였는데, 이 흐름 자체가 영화의 완성도를 보여주는 지표라고 생각합니다. 그 성과가 바탕이 되어 2022년에는 속편 마녀 Part2가 제작될 수 있었고, 김다미는 이 작품으로 각종 신인상을 휩쓸며 단숨에 주목받는 배우로 자리 잡았습니다(출처: 한국영화진흥위원회(KOFIC)).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도 분명 있었습니다. 핵심 설정 대부분을 인물들의 대사로만 설명하는 방식은 보는 내내 조금 답답했고, 본격적인 액션이 후반부에만 몰려 있어서 초반이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합니다. 제 경우엔 초반의 생활감 있는 연출이 오히려 취향에 맞아 몰입했지만, 빠른 전개를 기대하고 들어가면 초반 30분이 느리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요약: 신인 김다미의 1인 2역 수준의 연기와 제작비 한계를 극복한 후반부 초능력 액션이 맞물려, 입소문으로 318만 관객을 모은 역주행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결론

    극장을 나서면서 저는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자윤이 보여준 따뜻한 딸의 모습과 차가운 마녀의 모습 중 어느 쪽이 진짜일까 하고요. 결국 둘 다 자윤이었다는 것, 그게 이 영화가 가장 말하고 싶었던 지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병실 창밖에서 손을 흔드는 자윤을 발견하고 얼른 갔다 오라며 투덜대는 명희의 마지막 인사가 그렇게 오래 남은 이유도 그 때문이었습니다.

    한국형 초능력 액션의 가능성을 처음으로 보여준 영화, 그리고 김다미라는 배우를 알게 해 준 영화. 살짝 유치한 맛도 있고 주인공이 압도적으로 강한 설정을 좋아하는 제 취향에는 정확히 맞아떨어졌습니다. 아직 보지 않으셨다면 마녀 Part2를 보기 전에 반드시 1편을 먼저 챙겨 보시길 권합니다. 반전이 터지는 순간의 그 감각, 미리 알고 보면 절반은 잃는 영화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_EWIe0PjQ6g